스페인… 노동-공공개혁으로 ‘경제 봄바람’
그리스… 노조에 발목 잡혀 ‘구제금융의 늪’
‘위기 타개’ 산업전략도 상반
스페인, 해외 수주로 돌파구 마련… 에너지-환경-방위산업 등 활기
그리스, ‘빚 갚겠다’며 세금 올려 해외투자자들마저 등돌리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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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해 2월 그리스도 2차 구제금융을 받았다. 2010년 1차 구제금융을 받고도 빚을 갚지 못해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처하자 다시 손을 벌린 것이다. 국제사회는 포르투갈, 이탈리아와 이들 국가의 앞 글자를 따 ‘PIGS’로 불렀다.
4년이 흐른 지금 PIGS로 싸잡아 골칫덩어리 취급을 받던 두 나라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 스페인은 활기가 넘친다. 26.9%까지 치솟았던 실업률은 올 6월 20%까지 떨어졌다. 연초 2.7% 경제성장률 목표를 세웠던 루이스 데 긴도스 경제장관은 “3% 이상도 가능할 것 같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반면 그리스는 실업률이 올랐고, 경제성장률도 여전히 마이너스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6월 176.9%까지 상승했다.
덕분에 독일 폴크스바겐, 프랑스 르노, 푸조시트로엥그룹, 미국 포드 등 세계 자동차회사들이 몰려오고 있다. 최근엔 5월 한 달에만 스페인 자동차업계에 14억5000만 유로(약 1조7980억 원), 신규 고용 2500명에 달하는 프로젝트가 공개됐다. 공공부문 인력 17만 명을 감축하고 임금을 삭감하는 공공개혁도 단행했다.
반면 그리스는 노조의 반대로 민영화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부채가 8억 유로(약 9920억 원)인 그리스 철도공사는 붕괴 위기 직전인 지난달에야 이탈리아 국영철도공사에 4500만 유로(약 558억 원)에 팔렸다. 너무 싸게 팔았다는 한숨이 나왔지만 강성 노조가 무서워 이곳 외에는 입찰에 참여한 회사가 없다. 그리스 선원조합을 비롯해 곳곳에서 파업은 이어졌고, 좌파 정치인들은 군대 내 노조 설립까지 추진 중이다.
경제위기를 타개하려는 국가의 산업전략도 달랐다. 스페인은 금융위기로 내수시장이 어려워지자 해외로 눈을 돌렸다.
지난해 스페인 기업들의 해외수주 규모는 553억 유로(약 68조5720억 원)로 수치 집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6대 건설사 모두 매출액과 시가총액이 늘어났으며 신재생에너지, 환경, 방위산업 등 해외수주 분야도 다양해졌다.
국제환경도 스페인 편이다. 테러에 상대적으로 안전한 남부 유럽이 각광받으면서 관광객은 지난해보다 11.7% 늘었다. 이 추세라면 올 한해 7400만 명을 돌파해 세계 2위 미국(7750만 명)과 비슷해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그리스는 대규모 난민을 수용하면서 관광객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리스 레스보스 섬 모리아에 수용된 난민캠프에서는 대규모 폭력 사태까지 발생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