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 2016 리우올림픽]바하마 밀러, 육상 400m 극적인 金 한 발 남기고 펠릭스에 역전 위기서 ‘철퍼덕’ 앞으로 넘어져 먼저 도착 “정신차리고 보니 내가 바닥에…”
바하마의 샤우네 밀러(22)는 16일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여자 400m에서 대(大)자로 뻗으며 결승선을 통과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밀러는 개막식 때 바하마의 기수로 나서며 초록색 염색 머리와 민트색 재킷 등 화려한 스타일로 주목받았던 육상 스타다. 밀러의 이날 경기 모습은 개막식에서의 멋진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어찌 됐든 결과는 당당한 금메달이었다.
결선에서 7번 레인을 배정받은 밀러는 초반부터 빠르게 치고 나갔다. 첫 번째 코너를 돌 때까지도 압도적인 선두였다. 하지만 마지막 직선코스에 접어들면서 속도가 확연히 줄었다. 그 사이 4레인에서 달리던 런던 올림픽 3관왕(200m, 400m, 400m 계주)인 미국의 앨리슨 펠릭스(31)가 앞으로 치고 나왔다. 펠릭스는 밀러와의 간격을 계속 좁혔고 결승선을 2m 앞에 두고는 밀러와 박빙의 레이스를 펼쳤다. 마지막 한 발자국을 남기고, 펠릭스는 교과서적으로 몸을 앞쪽으로 기울였다.
육상에서 ‘다이빙’은 흔하진 않지만 규칙에 위배되진 않는다. 리우 올림픽 육상에서 다이빙 피니시가 나온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남자 110m 허들 예선 경기에서 브라질의 주앙 비토르 지올리베이라도 몸을 던지며 결승선을 통과해 4위로 준결선에 진출했다.
한순간 벌어진 ‘돌발 상황’은 올림픽 역사도 뒤바꿔 놓았다. 밀러의 극적인 다이빙은 인구 37만 명인 작은 섬나라 바하마에 다섯 번째 올림픽 금메달을 안겼다. 반면 여자 육상 올림픽 최다 금메달 타이기록(4개)을 보유하고 있는 펠릭스는 다 잡았던 최다 금메달 기록 경신을 눈앞에서 놓쳤다.
시상식이 끝난 뒤 밀러는 자신의 다이빙에 대해 “한순간에 벌어진 일이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가 바닥에 있었다”고 말했다. 펠릭스는 “아쉽긴 하지만 규칙은 규칙”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