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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 끝까지 달려야지”…올림픽 정신 보여준 두 女육상선수

입력 | 2016-08-17 16:22:00

미국의 애비 다고스티노 선수(왼쪽)와 뉴질랜드의 니키 햄블린 선수. ⓒGettyimages이매진스


1등보다 더 빛난 꼴찌.

16일(현지시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육상 여자 5000m 예선. 결승선을 약 1800m 정도 남긴 지점에서 갑자기 뉴질랜드의 니키 햄블린(28)이 트랙에 뒹굴었다. 바로 뒤에 오던 미국의 애비 다고스티노(24)와 발이 엉켜 넘어진 것. 망연자실해진 햄블린이 자신을 추월해가는 다른 선수들을 보고 있을 때 누군가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일어나, 끝까지 달려야지.”

함께 넘어진 다고스티노가 일어나 손을 내민 것이다. 이날 경기장에서 처음 만난 두 선수는 다시 레이스를 시작했지만 얼마 가지 못해 이번에는 다고스티노가 주저앉았다. 넘어졌을 때 다친 무릎에 통증이 밀려왔기 때문이다. 다고스티노는 햄블린에게 먼저 가라고 말했지만, 햄블린은 그를 일으켜 세운 뒤 함께 출발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렸다. 제대로 뛰지 못하는 상황이었지만 두 선수는 레이스를 포기하지 않고 한 걸음씩 결승선을 향해 움직였다. 햄블린은 16분43초61, 다고스티노는 17분10초02로 경기를 마쳤다. 1등(15분04초35)과는 무려 1분40초 넘게 차이가 났다.

하지만 관중들의 기립박수를 받는 것은 1등이 아닌 두 선수였다. 햄블린은 다고스티노가 결승선을 통과하자 다가가 포옹했다. 햄블린은 “다고스티노가 보여준 행동에 감사한다. 그는 올림픽 정신을 몸소 보여줬다”고 말했다. 또 “모두가 (올림픽에서) 이겨서 메달을 따기만을 바라지만 누군가 20년 뒤 리우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묻는다면 이 이야기를 꼭 들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올림픽위원회(IOC)는 공식 트위터에 두 선수의 사진과 함께 ‘올림픽에서 항상 승리만 중요한 건 아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두 선수는 충돌에 고의성이 없었다는 점을 인정받아 19일 결선에서 뛸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다고스티노는 부상으로 결선에 나설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