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강에서 탈락한 배트민턴 여자복식 정경은-신승찬 조.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믿었던 종목들 줄줄이 탈락 울상
선수·지도자들 “죄송하다” 연발
“10-10은 무리” 자조적 목소리도
“정말 죄송합니다.” “이것 참 송구스럽습니다.”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 출전 중인 대한민국 선수단에서 요즘 가장 쉽게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사격황제’ 진종오(37·kt)가 남자 10m 공기권총에서 메달 획득에 실패(5위)한 직후 인터뷰를 정중히 거절하며 남긴 “죄송하다”는 말이 선수단 전체로 전염된 모양새다.
한때 금빛 희망에 가득 찬 우리 젊은이들로 북적였던 올림픽 선수촌도 고개를 푹 숙인 채 귀국길에 오르는 선수단이 속속 나오면서 빈 방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을씨년스럽다”는 선수단 누군가의 표현이 거짓이 아니다.
남녀 개인전과 단체전을 휩쓸며 금메달 4개를 독식한 양궁, 금메달 1개씩을 따낸 사격과 펜싱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종목들이 자존심을 구겼다. 조별리그를 당당히 1위로 통과한 뒤 8강에서 좌절한 남자축구도 아팠지만, 세계 최강자들이 즐비해 자신감이 넘쳤던 유도와 배드민턴의 몰락은 엄청난 파장을 불러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동안 꾸준히 강세를 보여온 레슬링 그레코로만형마저 사실상 무너졌다. 출전자 3명 중 김현우(28·삼성생명)가 동메달을 얻는 데 그쳤다. 레슬링 자유형이 19일(한국시간)부터 시작되지만, 크게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또 여자핸드볼과 여자하키가 일찌감치 조별예선 탈락의 쓴맛을 본 가운데, 그나마 희망을 걸었던 여자배구도 16일 네덜란드와의 8강전에서 세트스코어 1-3으로 패해 메달권 진입에 실패했다.
이제 17일 시작된 태권도를 제외하면 금메달 획득 가능성이 높은 종목은 없어 보인다. 개인전만 진행하는 여자골프도 마냥 장밋빛으로만 바라볼 순 없다.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22·연세대)도 현실적으로 금·은메달과는 거리가 있다. 당연히 선수단에도 비상이 걸렸다. 대회 초반 선수단 관계자와 우연히 마주칠 때면 “좋은 일이 많이 생기도록 함께 뛰어달라”는 메시지를 많이 들었지만, 지금은 “(성적이 안 좋아) 죄송하다”는 말을 듣는 경우가 잦다. 선수도, 지도자도, 대한체육회 담당자들도 전부 머리를 숙이기 바쁘다. 리우올림픽 현장의 취재진과 중계진의 발걸음도 천근만근 무겁다. 막판 금빛 물결이 몹시도 간절한 ‘스포츠 코리아’다.
리우데자네이루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