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싱 에페 결승전에서 10 대 14로 뒤진 상황, 그는 “할 수 있다”고 혼잣말을 한 뒤 내리 5득점을 따내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카메라에 잡힌 ‘할 수 있다’ 장면은 온 국민에게 벅찬 감동을 선사했다. 불가능하게만 보였던 역전 드라마의 기적을 만든 ‘긍정 청년’은 그때 이후 ‘우리 동생’으로 통한다. 이제 ‘우리∼’ 시리즈의 새 가족으로 ‘우리 영식이’가 합류했다.
▷탁구 대표팀의 정영식 선수(24). 남자 단식 16강전에선 세계랭킹 1위 마룽 선수에게 역전패한 데 이어, 남자 단체 준결승전에선 랭킹 4위 장지커 선수에게도 패했다. 경기에 지고도 핑퐁 스타로 주목받는 데는 이유가 있다. 탁구가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래 지금까지 금메달 30개 중 26개는 중국 차지였다. 패배가 뻔히 예상되는데도 우리 영식이가 거침없는 투지로 밀리지 않는 경기를 펼쳐 세계 최강팀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올해 나이 스물넷이니 4년 뒤엔 한국 탁구가 만리장성을 넘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