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 2016 리우올림픽]
銅따고 미안해하던 선배들과 달리 올림픽 자체를 즐길줄 아는 세대
중도탈락 큰 아픔은 잠시… “다시 시작” “꼭 빛날것” SNS에 글
15일 복싱 남자 밴텀급 56kg 16강전에서 중국의 장자웨이에게 패한 뒤 관중석을 향해 큰절을 올리는 함상명.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4년…. 여섯 살 꼬마가 운동을 시작해서 항상 꿈만 꾸던 올림픽이 끝났다. 후회 없이 다 한 거 같아서 후련합니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탁구 여자 단체전 8강전에서 싱가포르에 패하며 메달 획득이 좌절된 양하은(22)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쓰라림을 안겨준 첫 올림픽의 소감을 후련하다고 적었다. 아쉬움이야 없지 않겠지만 해냈다는 자부심이 더 컸던 것이다. 남자 펜싱 사브르 16강에서 탈락한 런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구본길(27)도 자신의 SNS에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후련하기도 하다”는 글을 올렸다.
태극 전사들은 달라졌다. 올림픽이라는 축제 무대를 즐기지 못하고 메달과 성적에만 집착해 은메달이나 동메달을 따고도 미안해하는 대표팀의 시대는 지나갔다. 올림픽 메달을 목표로 4년간 많은 땀을 흘리며 준비해온 대표 선수들에게 중도 탈락은 물론 지금도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다. 그러나 리우 올림픽에 출전했던 태극 전사들에게는 올림픽 출전 자체가 행복이었다.
어렵게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했지만 유도 여자 63kg급에서 32강 문턱을 넘지 못한 박지윤(24)은 SNS에 “겨우 출전한 이 올림픽도 이제 끝나간다. 시합이 끝나고 나니 그 모든 것들이 기쁘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같이 실력도 모자라는 선수가 이렇게 많은 걸 누리고 돌아가게 돼서 미안하고 죄송스러운 마음이 크지만 후회 없이 도전해 누구보다 즐겁고 난 정말 행복하다. 모두가 메달에 연연하지 말고 이 자리에 있다는 것 자체로도 행복해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가슴에 분골쇄신(粉骨碎身·뼈가 가루가 되도록 최선을 다함)이라는 문신을 새기고 남자 복싱 56kg급에 출전해 16강전에서 탈락한 함상명(21)은 두 팔로 하트 모양을 그리고 있는 사진과 함께 “고마워요 국민 여러분. 동료들 외롭지 않게 싸우게 해주셔서 정말 기쁩니다. 덕분에 최선을 다하고 즐기면서 후회 없이 싸웠고 응원해주셔서 힘이 났습니다. 사랑합니다. 앞으로도 복싱 많이 사랑해 주세요”라고 적었다.
기대했던 메달은 따내지 못했지만 올림픽을 마음껏 즐기고 온 태극 전사들은 4년 뒤에 있을 또 한 번의 유쾌한 도전에 대한 기대를 벌써부터 채워 나가고 있다.
기계체조 남자 개인종합 결선 진출에 실패한 박민수(22)는 SNS에 “이번 올림픽을 준비한 저의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이번 꿈의 무대를 가슴에 새기고 다음 꿈의 무대를 위해 나아갈 것이고 꼭 빛날 것이다. 기억해 달라”는 글을 올리며 다음 올림픽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사격 여자 10m 공기소총에서 결선 진출에 실패한 박해미(26)도 SNS에 “응원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나는 다시 시작해요”라는 글을 올렸고, 여자 접영 200m에서 아쉽게 결선 진출에 실패한 안세현(21) 역시 “또 웃을 수 있다고 믿을 것이다”라는 글을 적어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정동연 기자 ca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