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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이석수 특별감찰관의 ‘부적절 행보’

입력 | 2016-08-18 03:00:00

‘우병우 감찰내용 유출 의혹’ 파문
“본인-가족에 소명 요구할건데… 경찰에 자료 달라고하면 딴소리
檢에 넘기면 되는데 버틸 일인가”, 모언론 기자에 설명… 위법 논란
이석수 “SNS 통한 기밀누설 안했다”… 언론접촉 등 부인한뒤 출근 안해
野 “우병우 의혹 못밝히면 특검”




이석수 특별감찰관(53·사법연수원 18기·사진)이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에 대한 감찰 내용과 진행 과정을 구체적으로 유출했을 뿐 아니라 감찰 착수 당시부터 우 수석의 사퇴를 전제로 한 감찰을 진행해 공정성을 훼손한 정황이 드러났다. 특별감찰관법엔 특별감찰관과 파견 공무원 등이 감찰 착수 및 종료 사실, 감찰 내용을 공표하거나 누설했을 때 5년 이하의 징역,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게 돼 있어 파문이 예상된다.


○ 감찰 진행 과정, 차 명의까지 공표

17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이 특별감찰관의 발언록에 따르면 그는 특정 언론사 기자에게 “지금 보고 있는 것은 (우 수석) 아들인 (의경) 운전병 인사와 (우 수석 가족 기업인) 정강”이라고 적시했다. 그러면서 우 수석의 부인이 소유한 경기 화성시의 토지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아무리 봐도 우리 감찰 대상에는 해당 안 되는 것 같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우 수석 가족이 고급 외제차인 마세라티를 갖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 “리스회사인 S캐피탈 명의로 돼 있다”고도 했다.

이 특별감찰관은 또 “다음 주부터는 본인과 가족에게 소명하라고 할 건데, 지금 ‘이게 감찰 대상이 되느냐’고 전부 이런 식으로 버틸 수 있다. 그런 식이면 우리도 수를 내야지. 우리야 그냥 검찰에 넘기면 된다. 검찰이 조사해 버리라고 넘기면 되는데. 저렇게 버틸 일인가”라며 감찰 순서와 감찰 대상자의 태도까지 적시했다. 그는 “경찰에 자료를 달라고 하면 하늘 쳐다보고 딴소리 한다”면서 “경찰은 민정(수석) 눈치 보는 건데, 그거 한번 (기자) 애들 시켜서 어떻게 돼가나 좀 찔러 봐. 민정에서 목을 비틀어 놨는지 꼼짝도 못 한다”고도 했다.

대통령민정수석실이 각 기관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취지의 이런 발언들은 독립기관으로 출범한 특별감찰관에 대한 청와대의 외압 의혹도 불거질 소지가 있는 내용이다.


○ 감찰 개시 때부터 우 수석 거취 거론

이 특별감찰관은 우 수석 사퇴를 염두에 둔 발언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그는 “감찰을 개시한다고 이원종 대통령비서실장에게 ‘대통령께 잘 좀 말씀드리라’고 하면서 ‘이거(우 수석 사퇴 문제) 어떻게 되는 거냐’고 했더니 한숨만 푹푹 쉬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특히 “우 수석이 아직 힘이 있다. 검찰이든 경찰이든 째려보면, 까라면 까니까. 그런데 뭘 믿고 (우 수석이) 버티는 건가…자기가 수석 자리에서 내려서면 막을 수 없을까 봐 저러는 건가”라고 우 수석을 직접 비판하며 사퇴를 거론했다.

이 특별감찰관은 우 수석 가족의 부동산 관련 자료를 보내겠다는 언론사 간부에게 “일단 좀 놔두자”며 “서로 내통까지 하는 걸로 돼서야 되겠느냐”고 답하면서, “힘없는 놈이 기술을 쓰면 되치기 당한다. 조금 시간을 보자”고 덧붙였다.

이런 발언들은 특별감찰관이 고위공직자의 비위 사실에 대한 조사라는 직무 범위를 넘어서 정치적인 판단까지 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특별감찰관이 이 기회에 이름을 날려 야당 공천 받으려 하는지 의도가 의심스럽다”는 얘기도 나온다.

본보는 이 특별감찰관의 입장을 듣기 위해 이날 전화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여러 번 연락을 시도했으나 응답하지 않았다.


○ 이석수 “SNS 통해 기밀 누설 사실 없다”

이 특별감찰관은 SNS를 통해 감찰 내용이 유출됐다는 16일 MBC의 의혹 제기 보도에 대해 17일 보도자료를 내고 “어떠한 경우에도 SNS를 통해 언론과 접촉하거나 기밀을 누설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한 뒤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았다.

한편 야당은 이날 특별검사제 추진을 들고나왔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우 수석을 감찰하는 특별감찰관을 흔드는 음모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고,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검찰도 덮고 특별감찰관도 조사를 못 한다면 특검으로 의혹을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김도형 dodo@donga.com·장관석·길진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