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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D/Face to Face/단독]‘한국의 워런 버핏’미래에셋 박현주 회장

입력 | 2016-08-18 11:29:00

“세상 바꾸는 투자로 한국 업그레이드할 터”




● 미래에셋대우를 최고의 투자 집단으로 만들 것
● 미래 성장동력 발굴 위해 1조원 규모 벤처 펀드 설립 예정
● 손정의, 워런 버핏, 알 왈리드의 통찰력 배우고 싶어

지난해 말 인수한 KDB대우증권(현 미래에셋대우)과 미래에셋증권 통합 작업을 진두지휘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는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 박해윤 기자


그 역시 감격스러운 듯했다. 19년 만에 다시 인터뷰를 위해 마주앉았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 사이 그는 막 출범한 자본금 100억 원의 벤처캐피탈 회사 대표에서 자기자본 8조 원대의 국내 최대 증권사를 비롯해 자산운용사와 보험사 등을 거느린 금융그룹 오너 회장으로 발돋움했다.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 얘기다.

기자는 박 회장이 1997년 미래에셋캐피탈을 설립한 직후 만나 짧은 인터뷰를 했다. 당시 그는 동원증권의 전국 최연소 이사 자리를 과감하게 박차고 나와 새로운 도전에 나선 상황이었다. 솔직히 보장된 미래를 마다하고 ‘고생길’에 나선 그를 오롯이 이해하긴 힘들었지만 돌이켜 보면 이런 도전정신이야말로 오늘의 그를 가능하게 한 원동력이었으리라.
7월 26일 기자를 만난 그는 잠시 그때로 돌아간 듯했다. 그는 “당시 큰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에 증권산업도 이대로는 안 된다고 봤다. 그래서 뭔가 새로운 일을 하고 싶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도 “물론 지금과 같은 미래에셋금융그룹을 생각한 건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운이 좋았다”고 겸손해했다.

기자와 19년 만에 다시 인터뷰하는 박현주 회장. 그 사이 그는 100억 원대 벤처캐피탈 회사 대표에서 자기자본 8조 원대의 국내 최대 증권사를 비롯해 자산운용사, 보험사 등을 거느린 금융그룹 오너 회장으로 발돋움했다. 박해윤 기자

그는 요즘 지난해 말 인수한 KDB대우증권(현 미래에셋대우)과 미래에셋증권 통합 작업을 진두지휘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낸다. 두 회사의 통합은 미래에셋대우가 미래에셋증권을 흡수 합병하는 방식이다. 한편으로 그는 그룹의 굵직한 투자를 직접 챙기고 있었다. 기자를 만난 다음날에도 전남도가 매각을 추진 중인 여수 경도 해양관광단지를 직접 둘러볼 예정이라고 했다.

인터뷰 장소는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 28층 이그제큐티브 클럽 라운지. 조선시대의 정궁 경복궁과 인근의 현대식 건물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공간이다. 지난해 10월 개관한 이 호텔은 미래에셋그룹이 지분 100%를 갖고 있다. 올해 3월 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 ‘인공 지능’ 알파고의 대국이 이뤄진 곳으로도 유명하다. 박 회장은 “글로벌 호텔 브랜드에 운영을 맡겼기 때문에 그런 이벤트를 유치할 수 있었다”면서도 “그러나 그 기간에 해외 출장 중이어서 대국은 직접 보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미래에셋은 최근 전남 여수 경도 해양관광단지 개발 사업에 뛰어들었다. 박해윤 기자

국내 관광 개발에 2조 원 투자

그의 요즘 화두는 ‘투자를 통한 사회 기여’와 ‘따뜻한 자본주의’다. 자신은 투자 전략가로 기억되고 싶다는 박 회장은 “미래에셋대우를 최고의 투자 집단으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투자를 통해 대한민국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겠다는 꿈도 털어놓았다. 이것이 미래에셋을 이만큼 성장시켜 준 대한민국과 고객에 대한 보답이라고 했다.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도 그의 중요한 관심사다. 그는 “앞으로 그룹 내에서 투자 전략을 이끄는 등 투자 업무만 챙기고 일반적인 회사 업무는 부회장이나 사장들에게 위임하는 대신 완전히 새로운 일에 전력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바로 우리의 미래 먹거리로 삼을 만한 신산업 발굴 및 투자다. 바이오산업부터 관광 인프라, 가상현실, 3D, 전기차, AI, 드론 등이 그 대상이다. 이를 위해 미래에셋은 올해 안에 1조 원 규모의 벤처 펀드를 설립한 예정이다.

그는 또 2000년 미래에셋박현주재단을 설립해 꾸준히 사회공헌 활동을 해왔다. 매년 그의 배당금과 회사의 기부금을 합해 60억~70억 원을 재단에 출연해 젊은 인재 육성을 위한 장학금 지급과 취약 계층 아동 지원 사업을 펼친다. 따뜻한 자본주의를 실천하려는 의지의 표현이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박현주 회장은 그간의 성과에 대해 “운이 좋았다”고 겸손해했다.  박해윤 기자

-여수 경도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여수는 천혜의 관광자원이다. 한려수도를 제대로 개발하면 외국 관광객을 끌어올 수도 있고 내수 진작과 고용 창출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비행기로 1시간30분 거리에 13억 인구가 산다는 점을 고려하면 경도 관광단지는 대단한 기회가 될 수 있다.”

8월 9일 전남도는 “매각을 추진 중인 경도 해양관광단지 우선협상 대상자로 미래에셋 컨소시엄을 선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미래에셋 컨소시엄은 경도의 골프장과 콘도 시설 및 부지를 3423억 원에 일괄 매입하고 앞으로 5년간 7500억 원을 추가 투자할 계획이다. 경도를 포함한 강원 홍천군 등 국내 관광 개발에 대한 미래에셋의 향후 총 투자금액은 2조 원이다.  

1등도 좋지만 독특한 회사 돼야  

-미래에셋대우 통합을 앞두고 미래에셋 직원들이 오히려 자신들이 ‘찬밥 신세’라는 불만이 있는 것 같다. 

“이번에 새로운 회사로 통합하면서 학연 지연, 심지어는 군대 인연 같은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를 극복해보고 싶다. 그런 방법으로는 우리 사회가 절대 발전할 수 없다. 그래서 공평하고도 공정한 인사를 통해 누구에게나 똑같은 기회를 주려고 한다. 누가 갑이냐 을이냐를 따져서는 안 된다. 어떻게 하면 증권산업 전체를 발견시켜 파이를 키우고, 또 경쟁력 있는 회사로 만들 것인가에 전력을 집중해야 한다.”

-통합 미래에셋대우의 파괴력에 대해서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다.

“몇 가지 아젠다를 가지고 가려고 한다. 우선 미래에셋대우는 고객의 부를 증진해야 한다, 두 번째는 투자를 통해 국가경제에 이바지하는 회사가 돼야 한다. 투자는 단순히 투자 수익을 얻는 것 외에 많은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 이걸 어떻게 하는 것인지 한번 보여 주고 싶다. 세 번째는 새로운 투자 문화를 이끌어 가고 싶다. 우리나라 금융업은 못 한다는 비난을 받는데 앞으로는 ‘우리나라 금융이 이런 일도 하는구나. 미래에셋이 사회적으로도 가치 있는 회사구나’ 하고 느끼도록 하겠다.”

-새로 출범하는 미래에셋대우는 글로벌 플레이어들과 경쟁할 정도가 된다고 보는가.
 

“이제 미래에셋대우의 자기자본이 커지면서 더 큰 규모의 거래에 대해 신속한 의사 결정이 가능해졌다. 올해도 좋은 거래가 여러 건 있을 것이다. 이런 좋은 거래에서는 고객에게도 투자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최근 판매한 베트남 랜드마크72 자산유동화증권(ABS)의 경우처럼. 그래서 한국의 자산가들이 미래에셋대우를 찾아오도록 하겠다.”

미래에셋증권은 7월 초 일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베트남 랜드마크72 ABS 총 모집액 2500억 원을 청약 이틀 만에 다 팔아 치웠다. 베트남의 랜드마크72 빌딩 인수 거래에 투자한 선순위대출 3000억 원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ABS로, 연 4.5%의 수익률을 보장한다.

-일찍부터 해외 진출을 결정한 것은 장기적으로 국내 시장을 비관적으로 본다는 뜻인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전 세계의 1.8%밖에 안 된다. 미국이 대략 25%, 중국이 16% 정도 된다. 이런 한국에 전체 자산을 투자하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한국과 함께 세계 시장을 사는 전략이 좋다는 게 일관된 생각이다. 한국 시장만 놓고 보면 단기적으로는 구조조정도 해야 하니서 조금 어렵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낙관적으로 본다.”

-그 근거는?

“아이러니하게도 북한 때문이다. 물론 북한 핵 문제가 선결 과제이긴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서로 필요에 의해 남북관계가 개선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한국에는 좋은 기회가 올 수 있다. 또 북한에 부자가 나타나는 등 긍정적 변화의 신호도 보인다고 한다. 또 하나는 인구가 14억 명이나 되는 중국이 우리 주변에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한국은 중국과 일본에 낀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어렵다고만 할 게 아니라 오히려 뭘 해도 되는 나라라고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 불가능한 상상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얘기다.”

글로벌 기업 인수와 기업 공개

9월 뉴욕 증권거래소 상장을 앞둔 아쿠시네트는 일찍부터 강조한 글로벌 경영 전략이 결실을 맺은 사례 가운데 하나. 미래에셋은 2011년 7월 미래에셋PEF(사모펀드)를 통해 휠라코리아와 함께 아쿠시네트 인수에 참여했다. 아쿠시네트는 자회사를 통해 타이틀리스트와 풋조이 등 세계적인 골프용품 전문 브랜드를 운영하는, 골프 팬들에게는 친숙한 회사.

아쿠시네트 인수를 위해 미래에셋이 투자한 금액은 5억2500만 달러. 업계에서는 2011년 인수 당시 약 1000억 원이던 이 회사의 EBITDA(법인세 이자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가 지난해에는 2000억 원으로 두 배 가량 증가한 점을 들어 미래에셋이 상당한 상장 차익을 거둘 것이라고 예상한다. 아쿠시네트 인수를 주도한 박현주 회장은 글로벌 기업 인수를 통한 금융 영역 확장 공로를 인정받게 됐다.

-외국의 투자은행 가운데 관심 있게 지켜보는 곳은?

“재일교포 3세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어떤 투자은행보다 투자를 잘하는 분이다. 그 분이 한국을 방문해 이 호텔에 묵었기 때문에 만날 수는 있었는데 결례일 것 같아 안 만났다. 손 회장의 투자 방향 같은 것을 보면 ‘아, 세상을 저렇게 보는구나’ 하는 게 있다.”

-투자를 통해 세상을 바꿨다고 할 수 있는 분 아닌가.

“그렇다. ‘오마하의 현인’이라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헤서웨이 회장도 그런 사람이다. 버핏 산하에 32만 명이 있는데, 이들을 고작 24명이 관리한다고 들었다. 또 얼마 전 만났던 사우디의 알 왈리드 왕자도 비슷한 분이다. 굉장한 통찰력을 느꼈다.”

-미래에셋박현주재단을 통해 젊은 인재 육성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는데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한국은 기회가 많은 나라다. 물론 우리 사회가 공정하지 않은 면이 있다는 건 인정한다. 그러나 열심히 하면 얼마든지 기회도 있다고 본다. 다만 요즘 젊은이들이 지구력이 부족한 것 같다. 어느 분야에 가든 10~15년은 정진할 줄 알아야 하는데 1, 2년 하다가 힘들다고 포기해버리는 것 같다. 그럼 희망이 없다. 자기 삶은 자기가 만드는 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인터뷰 기사 전문은 시판 중인 신동아 9월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윤영호 동아일보 출판국 기획위원 yyoung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