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농구대표팀의 애칭은 ‘드림팀‘이다. 리우올림픽에서도 ‘드림팀‘을 향한 관심과 사랑은 정말 뜨겁다. 18일(한국시간) 리우데자네이루의 카리오카 아레나 1관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의 대회 남자농구 8강전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리우데자네이루 | 남장현 기자
-18일 남자농구 8강전…미국, 105-78로 아르헨티나 완파
-NBA 스타군단 드림팀 향한 미국·브라질 팬들의 합동응원
-지노빌리의 아르헨대표팀 고별무대 겹친 ‘코트의 드라마’
승리해도 내용을 트집 잡히고, 큰 점수차가 아니라고 지탄 받는다. ‘너무 큰 기대를 사는’ 팀의 숙명이다. 미국프로농구(NBA) 슈퍼스타들로 구성돼 ‘드림팀’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미국남자농구대표팀의 현실이다.
드림팀은 중국, 베네수엘라, 호주, 세르비아, 프랑스를 상대로 한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조별리그(A조)에서 5전승으로 1위를 차지했지만 이런저런 ‘평가’에 시달려야 했다. 한 수 아래의 팀들을 화끈하게 격파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구성 단계부터 삐걱거렸던 미국이다. 르브론 제임스(클리블랜드), 스티븐 커리(골든스테이트) 등이 빠지면서 ‘역대 최약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브라질에 머물며 NBA 특급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전달하고 있는 미국 매체들은 뻔한 지적을 내놓기 바쁘다. “공격이 둔탁하고, 수비는 불안하고, 공수연결은 매끄럽지 않다!”
관심은 ‘농구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장외 행보에도 시선을 보낸다. 미국남녀농구대표팀은 올림픽 선수촌에 머물지 않는다. 리우 인근의 피에르 마우항에 정박한 1만6700톤급의 초호화 크루즈 ‘더 실버 클라우드’에서 숙식을 해결한다. 드림팀은 훈련과 경기, 기자회견 등 공식 행사가 아니면 대부분의 시간을 300여명의 전담병력이 철통경계를 서는 이곳에서 보낸다.
드림팀은 18일 리우데자네이루의 카리오카 아레나 1관에서 아르헨티나와 8강전을 치렀다. 서로 낯설지 않았다. 두 팀은 3회 연속(2004년 아테네·2008년 베이징·2012년 런던) 올림픽 4강에서 격돌한 바 있다. 미국은 아테네에선 졌지만, 이후 2연승으로 설욕했다. 리우에선 종전보다 빨리 만난 셈인데, 앞선 7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치른 평가전에선 미국이 이겼다.
당연히 미국의 승리에 무게가 실렸다. 경기 시작 2시간 전부터 관중이 입장한 가운데, 콘서트장과 같던 현장은 ‘작은 미국’을 방불케 했다. 미국에서 건너온 팬들과 브라질 팬들이 합세해 “USA”를 외쳤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한국과 일본처럼 섞일 수 없는 물과 기름, 개와 원숭이의 관계다. 조직력의 아르헨티나가 1쿼터 초반 흐름을 주도하자 홈팬들은 야유를 퍼부었다. 한때 7-14, 9-19로 몰리던 미국이 정신을 차렸다. 클레이 톰슨, 케빈 듀란트(이상 골든스테이트)의 슛이 내리 적중하면서 추격이 시작됐다.
미국의 25-21 리드로 시작된 2쿼터. 리우올림픽을 위해 대표팀에 복귀한 베테랑 마누 지노빌리(샌안토니오)가 분전한 아르헨티나가 지워지기 시작했다. 드림팀 주장 카멜로 앤서니(뉴욕), 카일리 어빙(클리블랜드), 지미 버틀러(시카고)가 가속을 붙이면서 격차는 빠르게 벌어졌다.
결과는 뼈아팠지만, 아르헨티나 팬들은 끝까지 열정을 잃지 않았다. 영웅 지노빌리가 4쿼터 막판 벤치로 돌아갈 때는 아낌없는 갈채를 보냈고, 자국 축구대표팀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의 유니폼을 걸친 채 어깨동무를 하고 국기와 머플러를 흔들며 축제를 마음껏 즐겼다. 자신들에 적개심을 보인 ‘미국·브라질 연합군’을 향한 거친 괴성도 잊지 않았다. 아르헨티나 기자들도 ‘적국’의 심장부에서 싸운 자국의 전사들을 아낌없는 박수로 격려했다.
개인도, 팀도 완벽했던 드림팀의 모습, 그리고 2004년 아테네에서 29득점하며 드림팀에 처음 악몽을 선사한 지노빌리의 퇴장(대표팀 은퇴)까지 이날 리우올림픽 농구 코트의 드라마는 완벽했다.
리우데자네이루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