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태권도에 부는 ‘지도자 한류’ 열풍은 한국에는 곧 위협 요소이기도 하다.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혔던 남자 58kg급의 김태훈(오른쪽)은 17일(한국시간) 벌어진 리우올림픽 16강전에서 최영석 감독이 지도하는 태국의 신예 타윈 한프랍에게 충격패를 당한 뒤 패자부활전을 통해 가까스로 동메달을 획득했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지구촌 곳곳으로 진출한 한국인 지도자들은 우리의 자랑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가장 껄끄러운 적이 되기도 한다.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도 ‘지도자 한류’를 확인할 수 있는 무대다. 사격 남자 10m 공기권총에서 베트남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딴 호앙 쑤안 빈은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 “감독님, 땡큐”라는 소감을 외쳤다. 그의 뒤에는 2014년 베트남으로 건너간 박충건(50) 감독이 있었다. 유도와 레슬링에도 한국인 감독이 있다. 중국남자유도는 정훈(47) 감독, 중국레슬링대표팀은 유영태(56) 감독의 가르침을 받는다. 대한민국의 초강세 종목인 양궁의 ‘지도자 한류’ 역시 엄청나다. 항공모함 위에서 바람적응 훈련을 하는 것으로 유명한 미국양궁대표팀의 이기식(59) 감독 등 대략 10명의 한국인 지도자가 외국 선수단을 이끌었다.
한국의 전통적 메달밭인 태권도에서도 한류가 거세다. 태국이 이 종목 첫날부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태권도 남자 58kg급의 김태훈(22·동아대)은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혔지만, 17일 첫 판(16강전)에서 태국의 18세 신예 한프랍에게 일격을 당했다. 예상치 못한 패배로 패자부활전에 나서게 된 김태훈이 경기 후 향한 곳은 2002년부터 태국태권도대표팀을 지도해온 최영석(42) 감독이었다. 태국왕실 훈장까지 받을 정도로 인정받은 그는 철두철미한 분석으로 올림픽을 준비하며 유망주를 키웠다. 물론 최 감독은 마냥 행복해할 수는 없었다. “이겼어도 차마 웃지는 못하겠다. 난 한국인이다.” 종주국 에이스에게 충격적 패배를 안긴 한프랍은 결국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날 태국은 한국을 또 한 번 피 말리게 했다. 여자 49kg급 김소희(22·한국가스공사)도 하마터면 태국선수에게 무너질 뻔했다. 파니파크 옹파타나키트가 18일 벌어진 8강전에서 김소희를 괴롭혔다. 종료 직전까지 2-4로 밀리다 4초를 남기고 얼굴 공격을 성공시킨 김소희가 준결승에 올랐지만, 분명 큰 위기였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자인 옹파타나키트는 결국 패자부활전을 거쳐 동메달을 땄다. 최 감독은 “태국인들의 느긋한 천성을 극복하기 위해 정말 강하고 독하게 훈련시켰다. 이제야 성과가 나오고 있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