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여자 태권도 49kg급 금메달리스트 김소희.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태권도 금메달을 선물한 그녀의 성장스토리
● 타고난 운동 DNA
체고시절, 육상코치 눈에 들어 마라톤 출전
산책 나온 어르신들 따라가다 길을 잃기도
코오롱마라톤대회선 종합 3위 차지한 적도
2011년 손가락뼈 부러진 상태로 세계 제패
올림픽 체급 49㎏ 올리려고 ‘지옥의 웨이트’
강자들 즐비한 올림픽 무대서 챔피언 환호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태권도 여자 49kg급 금메달리스트로 거듭난 김소희(22·한국가스공사)는 어린 시절부터 ‘만능 스포츠걸’로 통했다. 태권도뿐 아니라 육상과 축구에도 재능을 보였다. 태권도부 소속이던 서울체고 시절, 육상 중장거리부 코치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 마라톤대회에 참가했을 정도다. 그녀는 천진난만한 얼굴로 “과천마라톤대회에선 산책 나온 어르신들을 따라가다 길을 잃었다. 코오롱마라톤대회에선 종합 3위를 차지한 적도 있다”며 활짝 웃었다.
김소희가 태권도와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제천동중학교 1학년 때다. 체력이 약했던 딸이 건강해지기를 바랐던 아버지 김병호 씨의 권유가 한몫했다. “여자가 무슨 태권도를 하냐”던 어머니 박현숙 씨의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성격이 워낙 활동적이어서 공부보다 운동을 좋아했다.” 김소희의 회상이다.
남다른 승부욕은 김소희의 매력이다. 2011년 경주세계선수권대회 46kg급에서 따낸 금메달은 그녀의 태권도 인생에서 결코 잊지 못할 순간이다. 당시 리완첸(대만)과의 16강전 도중 손가락의 뼈가 밖으로 튀어나올 정도의 큰 부상을 당했는데, 도핑테스트에서 양성반응이 나올 것을 염려해 진통제도 복용하지 않았다. 간단한 응급처치만 받고 결승까지 올라 세계챔피언으로 등극했다. 김소희의 승부근성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이후 2013푸에블라세계선수권, 2014인천아시안게임 46kg급에서도 금메달을 따내며 승승장구했다.
49kg급은 준비과정부터 달랐다. 체중조절에 무척 애를 먹었다. 헤비급 선수와 연습경기를 하다 엉덩이뼈를 다치기도 했다. 체력향상을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 김소희는 “운동을 그만두고 싶을 만큼 힘들었다. 태권도에 대한 간절한 열망으로 버텼다”며 “49kg급은 상대 선수의 체격부터 다르다. 근력을 키우기 위해 하루 종일 웨이트트레이닝만 했다. 다음이 없다는 생각으로 결실을 맺고 싶다”고 말했다.
49kg급에는 절대강자 우징위(중국)가 버티고 있어 올림픽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았다. 우징위는 김소희에게 2전패를 안긴 선수다. 그러나 기우에 불과했다. 김소희는 18일(한국시간) 리우올림픽 여자 49kg급 결승에서 티야나 보그다노비치(세르비아)를 7-6으로 꺾고 금메달을 따냈다. 보그다노비치는 8강전에서 우징위를 17-7로 꺾은 강자였다. 그럼에도 김소희는 주눅 들지 않았다. 특히 약점으로 지적됐던 머리공격으로 3점을 따낸 것이 결정적이었다. 다양한 기술보다는 스피드를 활용해 자주 공격하는 전략이 통했다. “큰 공격보다는 작은 공격으로 1∼2대 더 때리는 것이 유리하다”던 김소희의 말이 이날 경기에 그대로 투영됐다.
2000시드니올림픽 남자 80kg 이상급 금메달리스트인 김경훈 스포츠동아 태권도해설위원도 “여자 49kg급에는 강자가 정말 많다. 김소희가 준비하면서 무척 힘들었을 것”이라며 “작전이 매우 좋았다. 상대의 강한 압박을 팔로 막아내며 버텼다. 매 경기가 작전의 승리였다. 엄청난 압박을 잘 이겨냈다”고 평가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