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지 파주는 소리 등 심신 안정시켜… 유튜브에 관련 콘텐츠 400만개 “각박한 삶 탈출” 취준생 심리 반영… 중독땐 더 강한 자극 찾는 부작용도
서울 신촌에 사는 대학생 고은경 씨(26·여)는 17일 밤에도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에 연결한 이어폰을 귀에 깊숙이 꽂고 이 동영상을 재생했다. ‘ASMR’라고 불리는 콘텐츠다. “사그락사그락 하는 소리를 듣다보면 귀가 간지러우면서 은근히 기분이 좋아져요. 몸이 나른해지면서 근심 걱정이 사라지죠.”
○ ‘뇌르가슴’을 아십니까?
종류도 다양하다. 빗소리, 책장 넘기는 소리, 시계 침 소리부터 사람이 등장해 귓속말하듯 속삭이는 영상도 있다. 여자친구 무릎을 베고 누워 귀 청소를 해주는 상황을 연출한 ASMR는 200만 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대학가 도서관과 카페에서도 학습 도중 틈틈이 ASMR 영상을 찾는 학생들을 볼 수 있다. 대학생 사이에서는 ASMR를 듣는 행위를 뇌와 오르가슴을 합친 말인 ‘뇌르가슴’이라고 표현할 정도.
전우택 연세대 의대 의학교육학과 교수는 “이론적으로 같은 톤과 주기의 반복적인 소리는 사람을 편안하게 한다. 태아가 엄마의 배 속에서 규칙적인 심장 박동 소리를 들으며 잠자는 것과 동일한 원리”라고 설명했다.
○ 젊은층은 “각박한 일상 탈출 심리가 한몫”
반면 의학계는 ASMR의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데다 자칫 중독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석주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술과 마찬가지로 점점 용량을 늘려야 쾌감이 느껴진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ASMR의 효과는 과학적인 검증을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젊은층은 ASMR를 즐기는 현상이 고달픈 한국 청춘의 삶을 대변한다고 항변한다. 대학생 최준성 씨(28)는 “수업 듣고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와서 스펙 쌓기나 취업을 생각하면 앞길이 막막하다”며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이다 ASMR를 듣게 됐다”고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취준생’ 구독자의 신청을 받아 생방송으로 ASMR를 만들어주는 방송까지 생겼다.
::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 ::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박노명 인턴기자 홍익대 섬유미술패션디자인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