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2016 리우올림픽]김소희 선수 부모 현지 응원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태권도 여자 49kg급 금메달리스트인 김소희의 아버지(오른쪽)와 어머니. 리우데자네이루=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엄마는 두 눈을 감고 기도를 올렸다. 기도하는 엄마는 얼굴을 파묻고 있느라 머리 공격에 성공한 딸이 6-4로 경기를 뒤집는 장면도 보지 못했다. 주변에 있던 한국 관중이 “와” 소리를 지르고 나서야 눈을 떠 같이 환호했다. 엄마의 눈가는 어느 틈엔가 촉촉이 젖어 있었다. 그의 막내딸 김소희는 이 한 방으로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태권도 여자 49kg급 8강전을 통과했다.
충북 제천에서 분식집을 하며 딸을 뒷바라지하고 있는 김소희의 어머니 박현숙 씨(51)는 이번에 리우를 찾은 게 생애 첫 해외여행이다. 3년을 반대하다 딸의 운동을 허락하던 날 “내가 꼭 해외여행을 시켜주겠다”고 큰소리치던 딸은 고교 1학년 때 ‘국가대표가 돼 부모님 해외여행 꼭 시켜드리겠다’는 글을 부모님의 분식집 벽에 적어놓았다. 리우로 오는 길에 프랑스 파리에서도 하룻밤을 묵었다. 남편은 프랑스 음식이 입에 맞지 않는다며 감자튀김 몇 개를 먹은 게 전부였지만 그는 뭐든지 맛있게 먹었다. 혹시라도 딸이 엄마가 입맛을 잃지 않을까 걱정할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4강전에서 3라운드까지 0-0 무승부가 이어지자 그는 “머리 조심해” “빨리 피해야지”를 외쳤다. 딸보다 더 긴장한 그는 연장전이 시작되자 아예 태극기로 눈을 가렸다. 그가 일어나서 다시 태극기를 흔든 건 연장 종료 36초 전이었다. 딸은 이번에도 승리하며 은메달을 확보했다. 어느새 그도 스타가 돼 있었다. 주변에 있던 브라질 팬들이 찾아와 같이 ‘셀카’를 찍어 달라고 부탁했다.
결승전에서 그는 응원단장이 됐다. 브라질 관중 사이에서 “킴, 킴, 킴” 응원 구호가 들리자 그는 “소희, 소희, 소희”를 외치며 응원구호를 바꿔 놓았다. 그가 크게 “김소희 파이팅”이라고 외치자 브라질 팬들도 “파이팅”이라고 따라 외쳤다.
박 씨는 “소희가 리우에 오기 전에 아빠와 같이 낚시를 가자고 해 하루 휴가를 낸 적이 있다. 그런데 하루 종일 비가 내려 결국 낚싯대를 펴지도 못했다. 올림픽 전에 마지막으로 엄마 아빠랑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꺼낸 제안이었을 텐데 결국 못한 게 내내 마음에 걸렸다”며 “한국에 돌아가면 일단 낚시부터 가야겠다”고 말했다.
리우데자네이루=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