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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초만에 결승골… 네이마르, 역적서 영웅으로

입력 | 2016-08-19 03:00:00

올림픽 최단시간 골로 브라질 결승행
조별리그 부진에 비난-조롱 시달려… 8강전 첫 골 이어 4강전 2골 맹활약
‘침대축구’ 온두라스 6대0 대파, 브라질 축구 첫 金 놓고 독일과 격돌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 축구 조별리그에서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던 네이마르(24)에게 실망해 브라질 유니폼에서 네이마르의 이름을 지웠던 브라질 팬들이 후회하고 있다. 조별리그에서 무득점에 그치면서 ‘역적’으로 몰렸던 와일드카드(24세 이상 선수) 네이마르가 8강전에 이어 4강전에서도 득점포를 가동하며 브라질을 결승에 올려놨기 때문이다.

네이마르는 18일 리우 올림픽 남자 축구 온두라스와의 4강전에서 2골을 몰아치며 브라질의 6-0 대승을 이끌었다. 8강전에서 끈적끈적한 밀집 수비로 한국을 꺾고 4강에 오른 온두라스는 이날도 수비 위주의 전술을 들고 나왔지만 경기 시작 15초 만에 네이마르에게 선제골을 허용하면서 맥없이 무너졌다. 국제축구연맹(FIFA)에 따르면 네이마르의 선제골은 올림픽 역사상 최단시간에 터진 골이었다.

조별리그까지만 해도 네이마르의 성적은 형편없었다. 골을 넣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동료들과의 호흡도 맞지 않았다. 이 때문에 브라질 언론은 “브라질이 부진한 원인은 탐욕스러운 네이마르가 팀 분위기를 망치기 때문이다”라고 비판했다. 브라질 팬들도 네이마르 이름을 매직펜으로 지우고 브라질 여자 축구 선수의 이름을 새겨 넣은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을 찾았다.

그러나 콜롬비아와의 8강전에서 첫 득점을 기록하며 골 감각을 회복한 네이마르는 4강전에서도 맹활약을 펼치며 브라질의 결승행을 이끈 ‘영웅’으로 바뀌었다. 니나 바헤투 씨(27·여)는 “약체를 상대로도 골을 넣지 못하던 형편없는 네이마르는 이제 사라졌다. 브라질 국민이 사랑하는 슈퍼스타 네이마르가 돌아왔다”고 말했다. 호제리우 미칼리 브라질 올림픽 대표팀 감독은 “네이마르는 축구 재능을 타고난 괴물이다. 그는 그동안 많은 부담을 느껴 왔지만 모두 떨쳐내고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고 극찬했다.

하지만 그동안 언론으로부터 집중포화를 맞았던 네이마르는 분이 풀리지 않은 모습이다. 그는 경기 후 전 세계에서 온 많은 언론의 인터뷰 요청을 모두 거부한 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을 빠져나갔다.

브라질의 결승전 상대는 이날 나이지리아를 2-0으로 꺾은 ‘전차군단’ 독일이다. 남미와 유럽의 강호인 브라질과 독일이지만 올림픽에서는 금메달을 딴 적이 없다. 양 팀의 결승전 맞대결은 2년 전 브라질 월드컵 준결승의 리턴 매치 성격이 짙다. 당시 브라질은 안방에서 독일에 1-7 참패를 당했다. 마테우스 누네스 씨(35)는 “브라질 사람들은 모두 ‘미네이랑(독일과의 월드컵 준결승이 열린 경기장의 이름)의 비극’을 잊지 못한다. 브라질의 자존심을 꺾었던 독일에 반드시 복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허리 부상으로 준결승에 나서지 못했던 네이마르는 올림픽 결승전에서 독일을 상대로 국가대표팀(A대표팀)이 당한 패배를 설욕할 기회를 얻었다. 미칼리 감독은 “아직 브라질 축구는 죽지 않았다. 네이마르가 결승전에서 브라질 축구를 더 높은 단계로 도약시킬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결승전은 21일 마라카낭 주경기장에서 열린다.

리우데자네이루=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