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셔틀콕이 구했다… 구기, 44년만의 노메달 모면

입력 | 2016-08-19 03:00:00

정경은-신승찬 조, 中 꺾고 동메달




정경은(오른쪽)과 신승찬이 18일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복식 동메달 결정전에서 중국의 탕위안팅-위양 조를 2-0으로 꺾은 뒤 기뻐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정경은(26)은 동메달 획득을 확정지은 뒤 두 손을 번쩍 들며 환호했다. 41분의 경기 시간 동안 자신의 곁에서 호흡을 맞춘 신승찬(22)과 포옹하는 그의 눈시울은 붉게 물들어갔다.

정경은과 신승찬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한국 구기 종목의 체면을 살렸다. 세계 랭킹 5위 정경은-신승찬 조는 18일 리우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복식 동메달 결정전에서 세계 랭킹 2위인 중국의 위양-탕위안팅 조를 2-0(21-8, 21-17)으로 눌렀다.

한국 구기 종목은 리우 올림픽에서 전날까지 줄줄이 메달 사냥에 실패하며 1972년 뮌헨 올림픽 이후 44년 만에 노 메달 위기에 빠졌었다.

정경은과 신승찬은 4월 말레이시아오픈에서 위양-탕위안팅 조에 0-2(11-21, 17-21)로 패했지만 이날은 끈질긴 수비와 활발한 네트플레이를 앞세워 설욕에 성공했다. 정경은은 후위에서 악착같이 상대 공격을 막아냈고, 신승찬은 과감한 스매싱으로 포인트를 쌓아갔다.

경기 후 정경은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값진 메달이다. 정말 고생하며 여기까지 온 동료들을 대신해 영광을 얻었다”며 “네 살 어린 승찬이가 언니를 어렵게 여기지 않고 스스럼없이 잘 대해줘 즐겁게 운동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신승찬은 “(배드민턴 대표팀에서) 우리밖에 남아 있지 않아 정말 잘하고 싶었다. 준결승에서 힘도 못 써 보고 패해 속이 상했는데 오늘은 내 몫은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경은은 4년 전 런던 올림픽에서 비운의 신세였다. 김하나와 출전한 8강전에서 유리한 대진을 받기 위한 고의 패배 의혹에 휘말리며 실격 당해 올림픽 선수촌에서 쫓겨났다. 1년 선수 자격정지 징계까지 받았다. 당시 문제가 된 경기의 상대가 이날 동메달을 다툰 위양이었다. 큰 충격에 빠져 은퇴까지 생각했었던 정경은은 왼쪽 손목에 ‘현재를 즐기자’는 문구의 문신을 새기며 리우 올림픽을 대비했다.

지난해 9월 주니어 시절 유망주로 주목받은 신승찬을 새롭게 만나면서 정경은은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신승찬도 경험이 풍부한 정경은과 짝을 이루면서 차세대 에이스로 떠올랐다. 이번 대회에서 내심 우승까지 노렸던 정경은과 신승찬은 4강전에서 세계 1위인 일본의 마쓰모토 미사키-다카하시 아야카 조에 완패해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정경은과 신승찬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마침내 꿈에 그리던 시상대에 올랐다.

여자복식을 전담하고 있는 이경원 코치는 “힘든 시기를 참고 견뎌낸 선수들이 자랑스럽다. 어려움을 정면 돌파해 자신 있게 플레이를 펼친 덕분에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김종석 kjs0123@donga.com / 리우데자네이루=강홍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