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명 에머슨퍼시픽 회장
이중명 에머슨퍼시픽 회장은 자기 관리에 철저한 편이다. 8년 전부터 몸 관리를 하면서 한때 ‘식스팩’ 복근을 만들기도 했다. 이런 체력을 바탕으로 요즘도 사랑과 나눔을 강조하는 일반 강의를 자주 하고 서울신학대에선 정식 강의를 맡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7급을 자처한 이중명 에머슨퍼시픽 회장(73)과 ‘인터뷰 증거용(?)’으로 6점 접바둑을 두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진기자가 촬영을 마친 뒤 인사말을 남기고 회장 집무실을 떠난 후에도 바둑은 끝나지 않았다. 초반부터 기 싸움이 벌어지면서 서로 ‘이제 그만 두자’고 말할 수 없는 분위기가 된 것.
이 회장의 바둑은 행마의 틀이 제대로 잡혀 있어 7급은 훨씬 뛰어넘는 실력이었다. 하지만 딱 한 번 큰 손해를 보는 바람에 결국 백을 잡은 기자의 승리로 끝났다.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더 신경 써서 둘걸….” 그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승부는 역시 승부였다.
“바둑도 나 혼자 독식하려고 하면 꼭 탈이 나죠. 승부니까 남을 배려만 할 수는 없지만 남의 몫도 인정해 주는 게 필요합니다. 사업이나 인생도 나눌 줄 알아야죠. 당장은 나누는 게 손해 같아도 긴 안목으로 보면 그게 이득이에요.”
예를 들어 골프장 직원 대우를 다른 업체보다 잘해 주면 수익은 적어져도 ‘명품’ 골프장의 출발점이 된다는 것이다. 2005년 남해에 힐튼 리조트를 지으면서 인연을 맺게 된 해성중고교를 지원해 지금은 학생 90%가 서울로 진학하는 명문고가 됐다.
또 소년원 출신 청소년의 자립을 돕는 단체인 한국소년보호협회 회장으로 경기 화성시에 ‘영이글스 스튜디오’라는 직업교육시설을 만들었다. 2012년 회장을 맡은 뒤 이른바 ‘문제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알고 싶어 직접 소년원에 들어가 1주일간 함께 생활했다.
“그 아이들은 살면서 한 번도 제대로 대접받아 본 적이 없어요. 대접해 주고 일자리를 찾아 주면 사회에서 제대로 살아갈 수 있겠다 싶어 법무부와 기획재정부를 끈질기게 설득해 직업훈련시설을 지었죠.”
초등학교 때 외할아버지에게 바둑을 배운 그는 자칭 7급과는 달리 4, 5급 실력은 충분했다. 골프도 90대 초반.
“골프나 바둑 같은 취미는 내가 즐길 정도만 하면 좋아요. 내가 좀 못하면 상대가 좋아하잖아(웃음). 바둑은 치매 예방에 좋다고 하니 끝까지 놓지 않을 겁니다.”
●나의 한 수○
끈기 있게 덤벼라
옆에서 ‘그게 되겠어’라고 할 때 마음이 약해져 포기하면 안 된다. 내 판단으로 포기하기 전까지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봐야 한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