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8월 18일 목요일 흐림. 폭설, 산장.#219 Ennio Moriccone‘L'Ultima Diligenza di Red Rock’(2015년)
영화 ‘헤이트풀8’ 사운드트랙 앨범 표지.
거실로 나가 리모컨을 마치 단검처럼 움켜쥔 뒤 TV를 튼 것이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 ‘헤이트풀8’(국내 개봉 1월)을 재생했다. 영화가 시작되자 선풍기에서 불어오던 미적지근한 바람이 싸늘해졌다. 미국 와이오밍 주를 배경으로 폭설과 눈보라, 고립된 산장과 미심쩍은 현상금 사냥꾼, 현상수배범들이 드문드문 대사를 읊는 이 영화의 춥고 음산한 분위기 때문이다.
‘헤이트풀8’은 ‘미션’ ‘황야의 무법자’로 이름난 이탈리아의 영화음악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로 하여금 87세가 된 올해에야 아카데미 경쟁 부문 첫 트로피를 쥐게 해준 작품이다.
‘헤이트풀8’과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의 사운드트랙을 묶으면 괜찮은 여름 선물세트가 된다. ‘레버넌트…’의 음악은 일본 거장 사카모토 류이치가 독일 전자음악가 알바 노토와 합작한 것. 작은 황 조각 하나만 스쳐도 불이 치솟을 듯 메마른 ‘헤이트풀8’의 긴장감은, 관현악이 이번엔 부유하는 전자음과 만나 습한 공간감을 뿜는 ‘레버넌트…’의 것과는 온도와 결에서 사뭇 다르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