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 금메달리스트 출신 유승민(34·삼성생명 코치)이 18일 오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바하 올림픽 선수촌에서 진행된 선수위원 투표 결과 후보자 23명 중 2위를 차지해 IOC 선수위원으로 선출됐다. 유승민 위원이 이날 오후 메인프레스센터에서 국내언론을 상대로 열린 기자회견장에 참석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탁구 신동→올림픽 금메달리스트→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19일 IOC 선수위원으로 선출된 유승민 삼성생명 코치(34)는 선수 출신 행정가로 엘리트의 길을 걷고 있다. 그는 끊임없는 노력과 진정성으로 지금의 성과를 이뤄내고 있다.
● 누구도 예상 못한 극적 역전승
하지만 유 위원은 선거 운동 시작일인 지난 달 24일부터 선거가 끝난 17일까지 쉬지 않고 선수촌을 돌아다니며 선수들을 만났다. 오전 7시에 나가 밤 10시가 돼서야 숙소로 돌아왔고, 끼니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생면부지의 어린 선수들을 만나 지지를 호소했다.
유 위원은 “선수들이 가장 많이 오가는 버스 정류장 앞에서 매일 웃는 얼굴로 선수들을 만났다. 투표 날 한 아프리카 선수가 오더니 ‘하루도 쉬지 않고 밝게 웃어준 모습에 감동받아 네게 표를 던졌다’고 하더라. 그런 진심이 통한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선거 운동 내내 안쓰러운 정도로 열심히 했다. 그 보상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 선수 시절부터 타고난 승부사
선수 시절부터 그는 독종이었다. 18살에 출전한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1회전에 탈락한 뒤에는 “바다에 빠져 죽겠다”고 난리를 피우기도 했다. 강인한 승부근성을 앞세워 4년 뒤 열린 아테네 올림픽 탁구 남자 단식에서 중국의 벽을 넘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 중국의 왕하오를 이긴 결승전은 한국 탁구 역사에 명승부로 남아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단체전 동메달과 은메달에 힘을 보탰다. 런던 올림픽이 끝난 뒤엔 약 2년 간 독일 프로팀에서 뛰다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부터 지도자로 변신했다.
● 멀어진 김연아, 가까워진 진종오
유 위원이 IOC 선수위원으로 선출됨에 따라 IOC 선수위원을 꿈꿨던 ‘피겨 여왕’ 김연아(26)가 선수위원이 될 수 있는 길은 사실상 막혔다. IOC 선수위원은 국가 당 한 명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유 위원이 이번에 당선되지 않았다면 김연아는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IOC 선수위원에 도전할 계획이었다. 선수 시절 최고 스타였던 데다 세계적인 지명도와 인지도도 갖춰 무난히 당선이 예상됐다. 한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이기 때문에 당선 가능성은 더 높았다.
평창 올림픽이 김연아에게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IOC 선수위원 출마는 현재 올림픽 출전 선수나 직전 올림픽 출전 선수에게만 자격이 주어지는데 국가 당 한 명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리우데자네이루=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