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의 비극: 중국 혁명의 역사 1945∼1957/프랑크 디쾨터 지음·고기탁 옮김/528쪽·2만5000원·열린책들
1949년 10월 1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 성루에서 중화인민공화국 선포를 알리는 마오쩌둥 주석. 저자는 ‘인민해방’이라고 알려진 이 시기 전후로 약 10년 동안 중국에서 해방의 환희보다 비극의 순간이 많았다고 지적한다. 글항아리 제공
주요 2개국(G2)으로 성장한 중국의 베이징 도심 한복판에 있는 톈안먼(天安門)에는 1949년 10월 1일 중화민주주의인민공화국(중국) 건국을 선포한 마오쩌둥의 사진이 걸려 있다. 맞은편 기념관에서는 유리 상자에 영구 보관된 그의 시신을 볼 수 있다. 예전보다 덜하지만 중국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마오쩌둥의 사진과 조각품은 외국인의 눈에 중국의 상징물처럼 비치는 기념품 중 하나다.
네덜란드 출신으로 홍콩대 석좌교수인 저자는 이처럼 중국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마오쩌둥과 그가 구축한 체제에 대해 전면적인 비판을 가한다. 이 책의 제목인 ‘해방의 비극’은 중국이 4년간의 국공내전을 마치고 중화인민공화국을 선포한 1949년 ‘해방’의 시기 전후, 번영기로 자평해온 1945∼1957년의 허구를 조목조목 짚었다. 3부 14장에 걸쳐 중국의 잔인한 민낯을 드러낸 책의 첫 장에서는 일본 제국주의의 잔재로 오해됐던, 창춘에서 수습된 수천 구의 유골이 중국 내전의 집단폭력의 결과라는 점을 보여주며 충격을 더한다.
당대인들의 증언, 회고록, 편지 등은 딱딱한 자료에 이야기를 더한다. 반동분자 등을 색출하겠다는 명목으로 행해진 각종 처형 과정은 문자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지 의심이 될 정도다. 마오쩌둥을 위시한 당은 사람 죽이는 일에도 할당량을 배정했고 누구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서로에 대한 고발이 이어졌다. 2000명 이상 목숨을 잃은 중국 산시(山西) 성의 한 마을에서는 25명의 아이들이 ‘어린 지주’라는 꼬리표가 붙어 죽임을 당했다. 마오쩌둥이 판을 깐 ‘공포정치’하에서 해방 후 10년간은 책 제목대로 ‘비극’이었다.
이 책은 저자의 ‘인민 3부작’ 중 첫 번째로 번역된 작품. 후속으로 ‘마오의 대기근’ ‘문화대혁명’이 나올 예정이다. ‘마오의…’의 경우 2011년 영국에서 논픽션계의 부커상이라 불리는 새뮤얼 존슨 상을 받았다. 익히 알려진 이야기들이지만 중국 공산당 기록보관소의 미공개 자료를 연구해 온 저자로부터 어떤 새로운 이야기들이 고발될지 궁금해진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