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코의 미소/최은영 지음/296쪽·1만2000원/문학동네
자연스럽게 ‘쇼코의 미소’에 눈길이 간다. 원고지 200장이 넘는 분량의 중편소설이지만 힘들게 읽히진 않는다. 오히려 다음 장을 궁금하게 만든다. 이 이야기는 일본인 쇼코와 한국인 소유가 처음 만났던 고교시절부터 성인이 되어서의 이야기를 그렸다.
고등학생 때 한국의 자매학교를 방문해 한국 학생 소유의 집에 묵게 된 쇼코. 소유가 보기에 쇼코가 짓는 미소는 ‘그냥 상대를 편하게 하기 위해서 취하는 포즈’다. 엄마와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소유와, 고모와 할아버지와 함께 지내는 쇼코의 가정 배경은 비슷해 보인다. 작가는 그럼에도 두 사람이 처음엔 상대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다가 종국엔 서로를 깊이 이해하는 과정을 담는다. 그 시간에 대한 작가의 묘사가 차분하고 담담하다. ‘할아버지’라는, 가정의 가장 높은 순위의 존재는 두 소녀에게는 버겁고도 힘겨워 벗어나고 싶은 대상이었다. 그랬던 대상이 실은, 쇼코와 소유가 저마다 갖고 있는 상처를 세상으로부터 지켜주는 방패였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소설은 마무리된다. 이 과정에서 쇼코와 소유는 언어의 장벽을 넘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