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분수/최경식 지음/48쪽·1만3000원·사계절
지금은 무엇이든 너무 많아서 더 무료하지요. 그림책 속 아이도 강아지를 친구 삼아 별것 없는 마른 분수대 주위를 맴돌고 있어요. 노는 것도 같고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해요. 시간과 공간의 설정이 모호합니다. 낮과 밤이 분명하지 않고, 아파트 단지 안이나 동네 어디쯤인 것 같은데 비현실적으로 분수대가 있어요.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있지만 무관심합니다.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문을 열 듯 글로 설명하는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이상한 여름, 사뭇 다른 날씨, 물이 나오지도 않는 분수에서 나는 바다 냄새.
현관으로 들어오는 아이 발끝에 파란 물이 뚝뚝 떨어집니다. 방 안 아이가 그린 그림 속에 고래와 분수가 보여요. 벗어놓은 옷 틈에서 나온 불가사리는 다시 한번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허물어버립니다. 과하지 않은 연출과 성실한 드로잉으로 선보인 작가의 첫 번째 책이에요. 보고 또 봐도 시원합니다.
김혜진 어린이도서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