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골프 초반 돌풍 비결은 평소엔 연습과 거리 멀었지만, 샷 감각 찾으려 수백번 스윙 반복 바닷가 골프장서 주3∼4회 라운딩… 모친 “내 딸 맞나 싶을 정도로 달라져”
박인비(28)는 선천적으로 손목이 약해 팔굽혀펴기도 제대로 못 한다. 초등학생 때 골프를 시작한 뒤 무리한 운동은 피했고, 코킹(손목 꺾음)이 별로 없는 독특한 스윙을 갖게 됐다. 골프 선수로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어서 연습장에서도 수백 개씩 공을 쳐 본 일은 없다. 공을 몇 개 쳐 본 뒤 감이 좋다고 생각하면 훈련을 멈췄다. 그 대신 타고난 감을 지녔다.
그랬던 박인비가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앞두고는 두 달 가까이 하루 종일 훈련에 매달렸다. 리우 올림픽 골프장처럼 강한 바람이 부는 바닷가에 위치한 인천의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에서 일주일에 서너 번 연습라운드까지 했다. 박인비에게 훈련 장소를 제공한 이 골프장 이준희 대표는 “오전 6시부터 남편이자 스윙코치인 남기협 씨와 18홀 라운드를 돈 뒤 연습장에서도 몇 시간씩 공을 쳤다”고 말했다. 박인비의 어머니 김성자 씨는 “내 딸이 맞나 싶을 정도로 인비가 예전과 달리 훈련에 몰입했다. 부상으로 잃어버린 샷 감각이 좀처럼 되돌아오지 않는다며 밤늦게까지 빈 스윙을 수백 번씩 했다”며 안쓰러워했다.
올 시즌 왼쪽 엄지손가락 부상으로 극도의 부진에 시달렸던 박인비는 고심 끝에 리우 올림픽에 출전하기로 한 뒤 그동안 해본 적이 없는 강도 높은 훈련을 견뎌냈다.
박인비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통산 17승 중 7승을 메이저 타이틀로 장식할 만큼 큰 무대에 강했다. 박인비가 올림픽에서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후회 없이 도전했다는 사실만큼은 확실해 보인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