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 400m 계주에서 벌어진 일본과 미국의 상황을 정리한 말이다.
100m를 9초대에 끊는 선수가 단 한 명도 없는 일본이 정확한 바통터치 테크닉과 팀워크로 20일 마라카낭 주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400m 계주결선에서 37초60의 아시아기록으로 자메이카(37초27)에 이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시아 국가가 올림픽 400m 계주에서 은메달을 딴 건 처음이다.
일본의 마지막 주자 아사카 캠브릿지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자메이카의 우사인 볼트와 거의 동시에 바통을 넘겨받았다. 두 선수의 100m 최고기록 차이는 1.52초. 하지만 캠브릿지는 ‘세계최강’ 자메이카의 볼트가 지나간 지 0.33초 만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개인 기록만 살펴보면 일본 팀은 전혀 메달을 위협하는 전력이 아니었다. 료타 야마가타(10.05초), 쇼타 이즈카(10.22초), 요시히데 키류(10.01초), 아스카 캠브릿지(10.10초) 네 선수의 100m 기록 답순 합계는 40.38초로 미국 선수들의 합계(39.15초)에 1초 넘게 뒤진다. 하지만 일본은 바통터치 기술로 400m 계주 기록을 단순합계보다 2.78초나 줄였다. 팀원 전원이 9초대의 100m 기록을 갖고 있는 자메이카 선수들은 계주에서 개인 기록의 단순 합(38.89초)보다 1.62초 줄이는 데 그쳤다. 역시 9초대 선수들로만 구성된 미국도 개인기록 합계보다 계주기록이 1.53초밖에 빠르지 않았다.
“반년 동안 바통 터치를 연습했다”던 일본의 두 번째 주자 쇼타 이즈카의 말은 일본이 바통 터치에 쏟은 정성을 보여준다. 일본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오버핸드 바통터치(위에서 아래로 전달) 대신 언더핸드 바통 터치(아래에서 위로 전달) 기술을 연마했다. 정확한 전달을 위해서는 상당한 품이 들지만 주는 주자와 받는 주자 모두 속도를 줄이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최고 속도를 유지하며 바통을 전달하도록 바통을 넘겨주는 지점에도 신경 썼다. 1~2 주자는 15~20m 사이, 3~4주자는 10~15m 사이에서 바통을 넘기도록 했다. 저스틴 게이틀린, 타이슨 게이 등 스타선수로 중무장한 미국이 계주에서 일본보다 느렸던 이유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