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밴헤켄이 21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삼성과의 홈경기에서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그는 이날 8이닝 11삼진 무실점의 호투로 삼성 타선을 완벽하게 봉쇄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넥센 좌완 외국인 투수 앤디 밴헤켄(37)은 21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삼성전 선발 등판을 앞두고 덕아웃에서 멍하니 앉아 있었다. 특유의 버릇이자 루틴이다. 밴헤켄은 일본으로 진출하기 전인 2012시즌부터 2015시즌까지 항상 홈경기 선발 등판하는 날이면 덕아웃에서 무표정하게 동료들의 타격 훈련을 지켜봤다. 홈구장이 목동에서 고척돔으로 바뀌었을 뿐 밴헤켄은 경기 전이나 마운드 위에서나 변한 것이 없는 넥센의 에이스였다.
밴헤켄은 이날 104개의 공으로 8이닝을 책임지며 단 1점도 주지 않았다. 개인 한 경기 최다 탈삼진 타이 기록인 11개의 삼진을 잡았다. 안타는 단 3개를 허용했고, 볼넷도 하나뿐이었다.
완벽한 투구였다. 삼성은 최근 최형우~구자욱~이승엽으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의 타격감이 매우 좋았지만 밴헤켄의 최고 시속 145㎞의 빠른공과 날카롭게 떨어지는 포크볼의 조합을 넘어서지 못했다.
밴헤켄이 마운드를 지배하면서 이날 넥센은 삼성에 2-0으로 이겼다. 삼성 선발 차우찬도 8이닝 2실점으로 호투하면서 이날 경기는 2시간23분 만에 마무리된, 올 시즌 최단경기 기록을 세운 명품 투수전이었다.
밴헤켄은 일본에서 돌아온 이후 등판한 5경기에서 벌써 시즌 4승을 올렸고, 팀은 5전 전승을 거뒀다. 유일하게 승리가 없었던 4일 롯데전도 6이닝 2실점으로 제 몫을 다했다.
염경엽 감독은 “사실 밴헤켄이 100%의 컨디션은 아니다. 그러나 선수 스스로 우리 팀으로 돌아온 이후 매우 편안해한다. 고향에 다시 온 것 같다고 한다. 선발투수는 자기가 승리를 기록하지 못해도 등판한 날 팀이 이겨야 에이스다. 그런 면에서 밴헤켄은 진짜 에이스다”고 칭찬했다. 밴헤켄은 “직구 컨트롤이 잘 됐다. 포크볼도 잘 들어가면서 많은 삼진을 잡을 수 있었다.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 굉장히 편안하고, 특히 포수 박동원을 깊이 신뢰한다. 박동원이 있어서 좋은 공을 던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고척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