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처리’ 합의 깨고 네탓 공방
여야의 ‘강 대 강 대치’ 속에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이 21일로 27일째 국회에 발이 묶여 있다. 여야는 당초 합의한 22일 추경안 처리가 무산된 데 대한 비판을 의식해 이날 밤늦게까지 협상을 이어갔다. 추경안 처리가 늦어질수록 가장 큰 타격은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자들에게 돌아간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추경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기업 구조조정과 그에 따른 실업자 대책을 제때 추진할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추경안에 구조조정에 따른 실탄 마련을 위해 KDB산업은행(4000억 원)과 한국수출입은행(1조 원)의 증자 계획을 넣었다. 또 △조선업 핵심인력 고용유지 지원 △비숙련 인력 전직훈련 확대 △조선업 희망센터 운영 등 구조조정으로 발생할 실업자 지원 대책도 담았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구조조정 여파로 조선업체가 밀집한 경남, 울산 지역의 실업자가 매달 급증하고 있다”며 “당장 생계가 급한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서라도 추경안 통과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기재부가 새누리당 박명재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추경이 무산될 경우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당초 전망 대비 0.1∼0.2%포인트 낮아지고 올해만 최소 5000∼6000개에 이르는 일자리 창출 효과도 사라질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 안종범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의 증인 채택 문제도 꽉 막혀 있다. 야당은 조선·해운업 부실 지원을 결정한 것으로 지목된 서별관회의의 역할을 규명하려면 이들이 청문회에 출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여당 관계자는 “청문회를 통해 부실 지원에 대한 당국의 책임을 엄정하게 물어야 구조조정용 자금을 지원할 명분이 선다는 야당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고 했다.
여야는 이번 추경안 처리가 불발될 경우 져야 할 정치적 책임에는 모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이에 따라 여야가 26일경을 추경안 처리의 마지노선으로 삼고 극적으로 접점을 찾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홍수영 gaea@donga.com / 세종=이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