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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영국계 은행상대 240억 소송

입력 | 2016-08-22 03:00:00

“수익-수취인 명의 확인안해 송금사기 당해”
은행측 “한국서 재판 못받아” 檢, 영국정부에 사법공조 요청




국내 1위 화학업체인 LG화학이 이메일 해킹 사기로 인한 피해액 수백억 원을 찾기 위한 소송에 착수했다. 검찰도 LG화학이 송금한 은행 본사가 있는 영국을 상대로 사법 공조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LG화학이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의 자회사 ‘아람코 프로덕트 트레이딩’ 측을 사칭한 사람의 계좌로 240억여 원을 송금하는 과정에서 영국계 은행인 바클레이스를 통한 것과 관련해 LG화학이 해당 은행이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며 240억여 원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낸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지난해 10월 대법원은 수익자의 성명과 수취계좌의 예금주 명의가 다른데도 확인 없이 송금 절차를 진행한 은행에 대해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판결한 바 있다.

LG화학은 송금사고 방지를 위해 ‘수익자의 성명과 수취계좌의 예금주 명의가 일치하지 않을 경우 송금하지 말고 회사와 협의할 것’이라는 지시를 했는데 바클레이스는 이를 위반했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고 있다. 또 LG화학은 송금의뢰서에 기재한 ‘수익자의 성명’과 ‘수취계좌의 예금주 명의’가 전혀 다른데도 그대로 송금 처리를 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반면 바클레이스 측은 “국내 법원에 국제재판관할권이 없으므로 한국에서 재판을 받을 수 없다”는 취지의 답변서를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부장 강지식)는 해킹을 한 범인이 나이지리아 국적인 것으로 추정하면서 바클레이스 은행의 계좌 명의자와 돈 흐름 등을 확인하기 위해 영국 정부에 사법 공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송금이 잦은 글로벌 기업의 업무 특성을 악용해 중간에서 돈을 가로채는 범죄자는 주로 나이지리아에 기반을 둔 스캐머로 전해졌다. 스캠은 기업의 이메일 정보를 해킹하고 거래처로 둔갑해 무역 거래대금을 가로채는 범죄 수법이다. LG화학도 이들에게 이번 피해를 입었다.

아람코 자회사로부터 나프타를 사들여 석유화학제품을 만들어온 LG화학은 올 3월 아람코의 자회사 측으로부터 거래대금 계좌가 변경됐다는 이메일을 받고 대금을 송금했지만 해당 계좌는 아람코 자회사와 관계가 없었다.

배석준 eulius@donga.com·권오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