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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함께 사는 알레포 아이들 “사람은 다 폭탄 맞아 죽는거야?”

입력 | 2016-08-22 03:00:00

시리아 6년째 내전 ‘비극의 일상’
8월에만 알레포서 142명 희생 ‘피폭소년’ 옴란의 형도 결국 숨져
무너진 건물서 폭탄잔해 줍고 놀아… 아이들, 폭격아닌 자연사 이해못해




알레포에 사는 7세 소년이 크레파스로 그린 그림. 공중 폭격으로 머리, 팔다리가 잘려 나간 모습을 표현했다. 죽은 이는 미소 띤 표정이지만 살아있는 사람들 눈에선 굵은 눈물이 뚝뚝 흐른다. 사진 출처 더 시리아 캠페인 트위터

‘하늘에선 검은색 헬기 2대가 폭탄을 뿌린다. 지상에는 어린이들의 머리와 팔다리가 각각 뜯겨져 굴러다닌다. 살아남은 아이들의 얼굴은 눈물바다지만 팔과 다리가 잘려 나간 채 죽은 아이는 행복하게 웃고 있다.’

시리아 알레포에 사는 일곱 살 소년이 그려 자신을 치료해준 의사 자헤르 살룰 씨에게 전해준 그림 속의 장면이다. 살룰 씨는 “죽은 아이는 미소 짓고 산 아이는 울고 있는 장면은 죽는 게 사는 것보다 행복하다고 여기는 시리아 아이들의 현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6년째 극심한 내전을 겪고 있는 시리아에선 5만 명이 넘는 어린아이가 죽었다고 영국 텔레그래프가 시리아인권관측소를 인용해 20일 보도했다. 최근 정부군과 러시아군의 폭격이 거세진 알레포에선 이번 달에만 어린이 142명이 죽었다.

흙먼지와 핏자국으로 범벅이 된 채 응급차에 타고 멍한 표정을 짓는 사진으로 세계를 울린 알레포의 5세 소년 옴란 다끄니시의 형 알리(10)도 이 중 한 명이다. 동생이 17일 폭격 당일 찍힌 영상으로 참혹한 알레포의 상징이 돼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동안 형은 20일 부상이 악화돼 숨졌다. 폭격 당시 다른 가족은 집 안에 있었지만 알리는 집 앞에서 놀고 있다가 폭격으로 더 크게 다쳤다. 폭격으로 집을 잃은 옴란과 알리 형제 부모는 임시 거처에서 조문객을 받으면서도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의 보복이 두려워 이름조차 밝히길 거부했다.

“우리 죽기 전에 보러 와!” 알레포 인근 아타립에서 남동생과 사는 레임 사디끄 양(16)이 최근 알레포에 사는 삼촌에게 장난기 담아 보낸 자조적 음성메시지다. 그 메시지를 보낸 뒤 남동생 압둘라가 16일 동네 수영장에 가다 폭격을 맞고 죽었다. 다행히 사디크 양은 살아있다.

11세 소년 와심 아자즈는 18일 차 수리점을 운영하는 아버지를 도우러 집을 나섰다가 폭격으로 즉사했다. 함께 걷던 형 무함마드는 생사를 헤매고 있다. 19일 알레포 병원에 팔이 잘린 채 이송된 세 살배기 아흐메드 무함마드 타디피에게는 의약품이 부족해 초음파 검사 외엔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전쟁 통에 태어나고 자란 아이들은 평범한 일상이라는 것 자체를 모른다. 공원이나 놀이터, 영화관은 이들이 태어나기 전 이미 다 파괴됐다. 무너진 담벼락이나 천장이 없는 집 같은 망가진 모습이 이들에겐 더 익숙하다. 알레포 어린이들은 장난감이 없어 러시아제 폭탄 잔해를 주우며 여름을 보내고 있다.

알레포 샤라르 구역에서 아내와 아이 6명과 살고 있는 한 남성이 CNN에 전한 육아일기에는 전쟁 중 태어난 다섯 살 꼬마가 자연사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수많은 이웃이 폭격으로 죽어가는 걸 봤기에 사람은 당연히 폭탄을 맞아 죽는 줄 안다. “자연사한 이웃의 장례식에 갔는데 딸이 ‘그 사람은 어느 폭탄에 맞아 죽은 거야?’라며 폭탄 종류 3, 4개를 나열하면서 물어봤다. 자연사했다고 설명하니 딸이 이해를 못하고 혼란스러워했다.”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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