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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없는 태권도 했다’ 비난 댓글… “제가 부족한 탓이죠”

입력 | 2016-08-22 03:00:00

우승하고도 속앓이 한 김소희
“다리 긴 상대의 발차기 공격 막으며 스텝으로 피한게 소극적으로 보인듯”
오혜리 “소희, 평소엔 공격적 경기… 몇경기만으로 평가절하 말았으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태권도 여자 67kg급과 49kg급에서 우승한 오혜리(왼쪽)와 김소희가 금메달을 들어 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제가 부족했고 다음에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21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선수촌에서 만난 태권도 여자 49kg급 금메달리스트 김소희(22)의 첫 말은 마치 경기에 진 선수가 할 법한 이야기였다. 결승전에서 앞선 점수를 지키기 위해 막판 수비 위주의 소극적인 경기 운영을 펼쳐 ‘재미없는 태권도’를 했다는 비난을 의식한 듯했다. 금메달을 목에 걸고도 마냥 웃지 못했던 김소희는 겉으로는 “괜찮다”고 말했지만 정작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 갔다고 한다. 그는 “경기 내용에 대한 부정적인 댓글들을 다 봤다. 처음에는 속상했던 게 사실”이라며 “혹시 포털사이트 관계자를 알면 부정적인 댓글들을 다 없애 달라고 부탁 좀 해 달라”며 웃었다.

함께 만난 여자 67kg급 금메달리스트 오혜리(28)는 “평소 공격적인 태권도를 구사하는 소희의 실력을 몇 경기만으로 평가 절하해서는 안 된다. 재미없는 태권도를 했다는 논란 때문에 소희가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며 김소희의 속내를 대신 전했다.

결승전 경기 운영에 대해 김소희는 “상대(세르비아의 티야나 보그다노비치)는 계속 공격적으로 들어오는데 나보다 다리가 긴 상대와 공격적으로 맞붙으면 상단 공격을 허용해 점수를 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어쩔 수 없이 상대의 발을 막으면서 스텝으로 피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게 소극적으로 보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연습경기였다면 같이 치고받았겠지만 아무래도 결과가 중요한 경기이다 보니 그런 전략을 펼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김소희는 “지금도 네 경기에 출전해서 다 이겼다는 생각뿐이지 아직까지 올림픽 금메달을 땄다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 한국에 도착하면 실감이 날지 궁금하다”고 웃으며 말했다.
 
리우데자네이루=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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