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도수치료 부작용 우려
흔히 요통이나 근육통 등이 생겼을 경우 병원에서 받는 물리치료 가운데 손을 사용하는 도수치료가 인기 있다. 최근엔 이러한 도수치료가 과잉진료 항목 중에서 상위권에 들 만큼 문제가 돼 실손보험료를 올리는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동아일보DB
전문가들은 도수치료에 대한 안전성과 실효성이 부족한 상황에서 과잉진료를 받는 환자들은 심각한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 과도한 도수치료는 실손보험을 악용하는 주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 너도나도 도수치료, 전문인력은 턱없이 부족
미국과 캐나다, 호주 등에서는 도수치료에 포함되는 카이로프랙틱(척추교정술)이 정식 의료기법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카이로프랙틱 대학도 있고, 의학 교과 내에 카이로프랙틱 정규 교육 과정도 있다. 미국에서는 6년 동안 총 4200시간을 수료하고, 임상실습을 거쳐 자격증을 획득한 전문의를 ‘카이로프랙터’라고 한다.
그러나 국내 실정은 크게 다르다. 국내 의료법에선 의사나 의사의 지도를 받은 물리치료사의 도수치료를 허용한다. 물리치료사들은 물리치료학을 전공한 전문대 이상 졸업자면 응시할 수 있고 시험 합격률은 90%에 육박한다. 최근엔 일부 병원이 물리치료사가 아닌, 도수치료 사설학원 과정을 이수한 수강생을 채용하거나 단순 운동치료사, 체육대 졸업생 등 비의료인을 채용하는 경우도 있다. 정식 도수치료 교육을 받은 물리치료사의 인력수급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형도수물리치료학회에서 320시간의 교육을 정식으로 이수한 정회원의 수는 매년 30∼40명 내외의 소수”라고 말했다.
○ 환자의 부작용도 만만찮아
도수치료 남발에 따른 경제적 부담은 고스란히 환자의 몫이다. 도수치료는 비급여 항목이라 병원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보통 1회당 평균 비용은 10만 원 선이지만 일부 병원은 20만 원 이상을 제시한다. 환자들은 비용 부담을 피하기 위해 실손보험을 이용한다. 병원은 수익을 위해 도수치료를 포함한 과잉진료를 하고, 환자도 저렴한 가격으로 치료받기 위해 동조하는 셈이다. 심지어 병·의원에서 단순 피로인데도 도수치료를 받게 하거나 비만이나 림프성 부종에 사용되는 의료기기를 도수치료에 포함시켜 실손보험에 적용하기도 한다. 도수치료가 과잉진료 및 실손보험료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이유들이다.
아직 안전성과 효용성이 온전히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도수치료를 무분별하게 받을 경우 오히려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해외의 각종 문헌에 따르면 도수치료에 포함되는 카이로프랙틱의 경우 5∼20%에서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세계척추학회지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카이로프랙틱을 받은 뒤 통증, 두통, 피로감, 다리로 뻗치는 통증(방사통), 현기증 등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드물지만 추간판탈출증(허리디스크) 등 척수손상, 전신마비 등으로 악화된 경우도 있었다. 특히 오십견(유착성관절낭염)이나 회전근개파열 환자는 처음부터 무리하게 도수치료를 받으면 오히려 통증이 심해질 수 있다. 또한 추간판(디스크) 수핵이 이미 탈출돼 신경성 증상이 나타난 환자도 단기간의 도수치료만으로는 호전을 기대하기 힘들다. 척추관협착증, 후골인대골화증, 척추골의 심한 퇴행성 변화 등에 해당하는 환자는 오히려 증상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