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수의사 98% 멀쩡한 반려동물 안락사 요청 받아
사회화 부족서 비롯된 비극..사회화에 관심 가져야
얼마 전 안락사를 질타하는 네티즌의 비방에 스스로 안락사한 수의사가 대만 사회를 술렁이게 만들었다. 일본에서는 안락사를 진행하는 수의사들의 고뇌를 그린 드라마도 제작됐다. 세계 어느 나라나 수의사가 직면하는 가장 큰 직업적 고통은 '배고픔'보다는 생명을 고쳐야할 자신이 반대로 '살아 있는 생명의 숨을 거둬 들여야 할 때'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영국 텔레그래프는 '수의사의 가장 힘든 일; 건강한 반려동물을 안락시키기'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수의사 면허를 갖고 있는 반려동물 전문 기자가 썼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영국수의사협회(BVA)가 진행한 '수의사 직종의 목소리' 설문조사 결과, 응답 수의사의 98%가 '멀쩡한 반려동물을 안락사시켜달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심지어 53%는 '멀쩡한 동물의 안락사'가 드물지 않다고 대답했다. 이유는 거의 대부분 "나쁜 버릇과 행동"에서 비롯된다. 98%가 이 같은 동기로 멀쩡한 동물의 안락사를 선택했다. 설문은 복수 응답으로 진행됐는데, '멀쩡한 동물의 안락사' 이유의 48%는 주인의 건강 악화를 들었다. 39%는 반려동물을 키울 수 없는 집으로 이사, 32%는 법 집행이었다. 그러면서 수의사 직종의 고충은 건강한 반려동물을 안락사 시키려는 주인과 상담할 때라고 지적했다. 생명을 살려야 하는 절대 가치와 배치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수의사들이 안락사를 피하고자 반려동물 행동 교정 전문가나 조련사에게 위탁하거나, 새 가정에 입양시키는 등 다양한 대안을 모색한다. 그러나 불가피할 때가 있다. 바로 공격성을 가진 반려동물들이다.
공격성과 폭력성이 뿌리깊이 몸에 밴 반려견을 새 가정에 입양시킨다면, 다른 반려동물과 새 주인을 위험에 처하게 할 우려가 있다. 그 가정에 아이라도 있다면, 감당할 수 없는 위험이 된다. 아무래도 사람 목숨이 우선일 수밖에 없다. 폭력성 말고도 주인이 견디기 힘든 문제행동들은 많다. ▲끊임없이 짖고, 울부짖는 경우, ▲뭐든지 물어뜯어서 살림살이를 모두 망가뜨리는 경우, ▲화장실을 가리지 못하는 경우 등이다. 그나마 이 경우들은 재입양으로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주인도 견디기 힘들고, 새 가정도 찾지 못한 경우엔 어쩔 수 없이 안락사를 선택하게 된다. 사면초가에 몰린 주인의 정신 건강도 보호받아야 한다. 멀쩡한 반려동물을 죽이지 않기 위해서는 어린 반려동물의 적절한 사회화가 대안으로 제시됐다. 이는 영국수의사협회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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