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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에티오피아 마라톤 대표 페이사 릴레사.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에티오피아의 학대 알리고 싶었다”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남자 마라톤 은메달리스트 페이사 릴레사(26·에티오피아·사진)가 반정부 세리머니를 펼쳐 메달 박탈 위기에 놓였다.
릴레사는 22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삼보드로모 경기장에서 끝난 남자 마라톤 결승선을 2번째로 통과하면서 머리 위로 두 팔을 교차해 ‘X’자 모양을 만들었다. 그의 고향 오로미아주의 평화시위에 대해 무력진압을 펼치는 에티오피아 정부를 비판하기 위해서였다. 시상대 위에 올라서도, 이어진 기자회견에서도 같은 동작을 취한 릴레사는 “에티오피아에서 벌어지는 정부의 학대행위를 알리고 싶었다”며 “에티오피아 정부는 사람들을 죽이고, 땅과 재산을 빼앗고 있다. 오로미아 사람들은 반정부 시위를 하고 있고, 나 역시 오로미아 사람으로서 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올림픽에서의 상업·정치·종교적 행위를 철저히 금하고 있다. 이 때문에 릴레사는 은메달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올림픽 헌장 50조에는 “올림픽 개최지와 경기장, 이외의 모든 지역에선 IOC의 허가를 받지 않은 광고행위나 정치, 종교, 인종에 관한 시위는 모두 허용되지 않는다”고 명시돼있다. 전례도 있다. 1968 멕시코시티올림픽 육상 남자 200m에서 금·동메달을 차지한 미국의 토미 스미스와 존 칼로스는 목에 검은 스카프를 두르고 신발 없이 검은 양말만 신은 채 시상대에 올라 검은 장갑을 낀 손을 높게 들어올리는 등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블랙파워 시위’를 펼쳤다가 메달을 빼앗긴 바 있다.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