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장흥의 청매원 매실농장
김준호 청매원영농조합 회장이 전남 장흥군 안양면에 있는 자신의 농장에서 매실나무에 핀 꽃을 쳐다보고 있다. 청매원영농조합 제공
국내 매실 생산 업체 중 전남 장흥군의 청매원영농조합은 명품 매실을 생산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57만8512m²(약 17만5000평)의 너른 농장에는 멀지 않은 바다에서 해풍이 불어온다. 매실의 성장과 숙성에 최적의 환경이다. 이곳에서는 매년 6월 싱그러운 매실이 수확돼 식초, 장아찌, 고추장 등 다양한 제품으로 탈바꿈한다.
청매원의 성공 비결은 철저한 유기농법으로 질 좋은 매실을 생산하는 것이다. 매실 나무 아래에 보리, 자운영 같은 식물을 심어 땅이 마르지 않게 하고, 열매가 지열을 받는 것을 막는다. 1년에 두 번 보리, 자운영을 잘라내 그 자리에 두면 썩어서 자연 비료가 된다. 식초, 녹차, 과일껍질, 잡어(雜魚)로 만든 효소도 뿌린다.
제약회사에 근무했던 김 회장은 1980년대 후반 거래처인 일본 제약업체의 일본인 직원으로부터 “매실 농사를 지을 생각 없느냐”는 제안을 받으며 인생행로가 확 바뀌었다.
그 직원은 일본에서 매실 농사를 짓는 친형을 소개해 줬고, 그 농장주는 품질 좋은 남고매실 묘록과 농사법, 물 맑고 햇빛이 좋은 장흥 지역까지 추천해 줬다.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청매원은 소금에 절인 매실을 연간 100t씩 이 농장주를 통해 수출한다. 이 매실은 일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반찬 중 하나인 ‘우메보시(梅干し·매실 장아찌)’로 가공돼 현지에서 팔리고 있다.
하지만 청매원의 성공은 김 회장의 노력과 매실에 대한 애정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성공을 계속 이어 나갈 수 있었던 것은 대기업과의 상생 덕이었다. 청매원이 생산하는 매실은 연간 450∼500t. 이 중 100t가량을 일본으로 수출하고 나머지는 현대백화점의 ‘명인명촌’ 제품으로 판매한다. 명인명촌은 우수 식품에 붙이는 현대백화점의 브랜드다. 2008년부터 청매원의 장아찌, 고추장, 식초, 간장 등이 현대백화점을 통해 판매돼 명성을 얻었다. 청매원 매실 제품의 90% 이상이 현대백화점을 통해 판매된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