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직 공무원 수천명 잇단 해임… 능력-청렴도 따져 재임용 결정키로
대통령 전용기-요트 사회 기증등… 특권 내려놓기로 지지율 고공행진
정적 아키노 전대통령도 비판 자제

필리핀 GMA방송 등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임명직 공무원 자리 수천 개를 일단 비워 둔 뒤 능력과 청렴도 등을 따져 기존 인사를 재임용할지, 아니면 신규 충원할지를 정할 예정이다. 그는 “최근 현장 점검을 통해 부패가 여전함을 확인했다. 특히 규제 기관이 심각했다”며 육상교통가맹규제위원회(LTFRB)와 육상교통청(LTO)을 대표적인 부패 기관으로 꼽았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최근 유엔의 인권 침해 지적에 “유엔을 탈퇴할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놓는 등 잇따른 막말과 인권 침해 논란이 끊이질 않지만 거침없는 개혁 행보에 자국 내 지지도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20일 공개된 여론조사에서의 지지율은 91%였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답은 0.2%에 불과했다. 지난 대선 득표율이 38.6%였던 것을 감안하면 6월 30일 취임 후 지지율이 2배 이상으로 올라간 것이다. 그는 마약 사범을 비롯한 범죄와의 전쟁을 단호히 수행하며 신뢰를 얻고 있다.
교육과 환경 개선도 국민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필리핀 정부는 15일 올해보다 11.6% 증가한 3조3500억 페소(약 80조9025억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가운데 교육 예산은 올해보다 44% 증액했다. 6999억 페소(약 16조8955억 원)인 교육 예산은 전체 예산의 20.9%에 이른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다른 국가들과 경쟁하려면 가장 중요한 자원에 투자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바로 인재 양성”이라고 강조했다. 경찰 예산도 25% 늘려 범죄와의 전쟁을 내년에도 이어 갈 것임을 예고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환경 파괴 논란과 열악한 근무 여건으로 악명이 높은 광산업의 체질 개선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달부터 현지 조사를 통해 정부의 환경과 안전 기준에 미흡한 광산 7곳을 폐쇄했다. 앞으로도 기준 미달인 광산의 문을 닫도록 하겠다고 했다. 필리핀 정부는 “광산업자들은 착취를 일삼고 있다. 필리핀에서 가장 빈곤한 지역이 광업지대”라며 업계의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이런 두테르테 대통령의 행보에 정적이던 베니그노 아키노 전 대통령조차 입장을 바꿨다. 6월 말 정권을 넘겨 주며 유권자들에게 ‘독재에 맞서라’라고 일갈했던 아키노 전 대통령은 21일 “앞으로 1년간 현 대통령에 대한 비난을 삼가겠다. 이 기간이면 대통령직에 적응하는 데 충분한 시간이다. 이후로는 직무를 더 잘 수행할 것으로 본다”며 화해의 제스처를 보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