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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셀프 개혁에도 굼뜬 검찰, ‘정세균 국회’가 수술하라

입력 | 2016-08-23 00:00:00


대한변호사협회가 어제 검찰 개혁에 대한 성명을 내고 지방검찰청검사장과 고등검찰청검사장을 선출직으로 전환할 것 등을 제안했다. 이렇게 되면 청와대의 하명(下命) 수사가 불가능해지고 검사장은 권력의 눈치를 볼 필요 없이 대통령 측근의 부패도 공정하게 수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우리나라 사법체계에서 검사장 선출제는 현실성이 떨어질지 모른다. 그러나 검찰 수사에 대한 신뢰가 얼마나 떨어지면 변협에서 이런 파격적인 제안을 할까 싶다. 지난달 18일 김수남 검찰총장은 뇌물 혐의의 진경준 전 검사장을 기소한 직후 전국 고검장 간담회를 주재하며 검찰 개혁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으나 아직까지 내놓은 것이 없다. 최근에는 청와대에서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을 감찰한 이석수 특별감찰관에 대해 “감찰 내용의 유출 과정과 의도, 배후가 밝혀져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해 사실상 검찰에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논란까지 빚고 있다.

검찰은 수사를 하는 곳이고 수사는 공정해야 한다. 진 전 검사장처럼 검찰이 기소독점권을 이용해 치부를 하는 부패도 문제지만 ‘살아있는 권력’의 눈치를 살피면서 ‘죽은 권력’에 대해서는 과도하게 칼을 휘두르는 것은 더 큰 문제다. 검사 출신인 우 수석의 아들 꽃보직 특혜 의혹 등에 대해서도 ‘우 수석 사단’으로 불리는 검사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어 공정한 수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는 국민은 많지 않다.

변협의 제안 중 공공기관 파견검사 축소만 해도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지만 청와대에서부터 지켜지지 않았다. 민정수석을 포함해 민정비서관과 예하 행정관이 검사 출신이다. 현 정부에서 청와대 근무 후 재임용되는 편법으로 검찰에 복귀한 검사가 15명에 이른다. 이들은 요직에 배치돼 하명 수사의 통로로 이용된다는 의혹을 받을 뿐 아니라 권력에 복종해야 출세할 수 있다는 신호를 내뿜는 문제가 있다.

검찰이 ‘권력의 시녀’라는 소리를 아직도 듣는다는 것은 대한민국 최고 엘리트 집단의 수치다. 국회는 정세균 의장 취임 이후 외부 인사들로만 국회개혁특위를 구성해 엄격한 개혁안을 마련하고 있다. 검찰이 셀프 개혁에 미적댄다면 결국 국회가 나서 국민의 이름으로 개혁을 할 도리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