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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e메일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한 보수 시민단체의 청원에 따라 9일 법원 결정으로 공개됐다. e메일에 등장하는 레바논계 부동산업자 질베르 샤구리는 다음 날 대변인을 통해 “레바논의 암울한 정치 상황에 대한 통찰을 (미국 정부에) 제공하려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해외 고액 기부자와 미국 정부를 연결하려 한 정황은 클린턴재단이 외국인의 미국 정치 개입 창구로 이용될 수 있다는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트럼프와 그 측근을 ‘크렘린의 꼭두각시’라 부르며 러시아와의 유착 의혹을 제기해 온 클린턴 캠프가 비슷한 의혹으로 역풍을 맞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클린턴재단에 100만 달러 이상을 건넨 고액 기부자 가운데 53%가 외국인, 외국 정부 및 단체, 또는 대기업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사우디아라비아는 클린턴재단에 1000만 달러(약 112억 원) 이상, 쿠웨이트도 500만 달러(약 56억 원) 이상을 기부했다. 해외 후원금으로 재단을 운영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설립한 비정부기관 ‘카터센터’도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등 정부에서 후원금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까지 국무장관이었고 대통령에 도전하는 클린턴의 가족이 운영하는 재단이 거액의 후원금을 나라 밖에서 받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크다. 클린턴재단이 해외 유착 통로로 악용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떨치기 힘들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이 6월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클린턴재단이 외국에서 후원금을 받은 것에 대해 “불편함을 느낀다”고 답한 응답자는 72%에 달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클린턴재단의 해외 후원금 문제가 “선거운동의 아킬레스건일 뿐 아니라 대선 이후 클린턴 행정부의 아킬레스건으로까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스턴글로브는 클린턴재단 의혹은 개인 e메일 스캔들과 함께 “공화당이 클린턴을 믿을 수 없는 인물이라고 주장하는 데 사용하는 가장 강력한 소재”라며 “당장 후원금 수수를 중단하고 당선되면 재단 운영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비판이 커지자 클린턴 전 대통령은 18일 “아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해외에서 후원금을 받지 않고 나도 재단 이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약속했다. 클린턴재단은 지난해 4월부터 영국, 호주, 캐나다, 독일, 네덜란드, 노르웨이를 제외한 나라로부터는 후원금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