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수험생 저작권법 위반 부른… 비싸도 너무 비싼 ‘모의고사집’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진학을 준비하는 수험생 박모 씨(28·여)는 최근 고민에 빠졌다. 28일 치러지는 법학적성시험(LEET)을 앞두고 막바지 점검을 하기 위해 유명 강사가 만든 LEET 모의고사를 풀어야 하는데 비용이 80만 원 가량이기 때문이다. LEET는 로스쿨에 입학하기 위해 반드시 응시해야 하는 시험이다. 대학 4년간의 성적, 외국어 능력, 사회·봉사활동, 심층면접 결과 등과 함께 각 대학 로스쿨 입학 때 전형 자료로 활용된다.
LEET는 총 세 과목으로 이뤄진다. 일반적으로 수험생이 찾는 모의고사 문제는 주관식 시험인 논술을 제외한 언어 이해, 추리 논증 등 두 과목이다. 과목당 최대 40만 원에 이른다. 이처럼 가격이 비싼 이유는 강사들의 이른바 ‘끼워 팔기식’ 영업 때문이다. 유명 학원의 강사들은 ‘×××(강사 이름)연구소’ 등 개인 연구소를 만들어 모의고사 문제를 만들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문제를 별도로 출간하지 않고 본인의 인터넷 동영상 강의와 함께 팔고 있다. 예컨대 모의고사 7회분 강의의 수강료를 결제해야 해당 모의고사 파일이나 시험지를 제공받을 수 있다.
수험생들은 인터넷 강의가 필요하지 않아도 모의고사 문제를 얻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비싼 수강료를 지불해야 한다. 현재 시중에 제대로 된 LEET 모의고사 서적이 없다는 것도 수험생들이 유명 강사에게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박 씨는 결국 비용 부담 때문에 정식 구입을 포기했다. 그 대신 불법 복제본을 구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시험을 준비 중인 친구들은 대부분 복사점에서 모의고사 복제본을 싸게 구입했다”며 “나만 모의고사를 한 번도 보지 않고 시험을 치르기엔 너무 불안해서 마음에 걸리지만 어쩔 수 없이 복제본을 살 예정”이라고 말했다.
수험생 이모 씨(26)는 “비싼 등록금을 내야 하는 로스쿨에 입학하기도 전에 수험생들은 인터넷 강의, 모의고사 비용으로 100만 원이 훨씬 넘는 돈을 내야 한다”며 “LEET 사교육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소수의 학원과 강사들이 가난한 수험생들의 마음을 알아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