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적극적인 장려로 육아휴직 근로자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에서 제도를 악용해 자기계발이나 이직, 해외여행에 활용하는 등 모럴해저드 사례가 늘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로스쿨, 이직 위해 ‘육아휴직’
지난해 4월에는 육아휴직 등을 활용해 로스쿨을 다닌 경찰관 32명이 감사원 감사에 적발되기도 했다. 공무원이 대학원 등 교육기관에서 연수를 받으면 ‘연수휴직’을 낼 수 있지만 로스쿨은 대상 기관에서 빠져 있다. 그러자 이들은 육아, 질병, 가사 등의 이유로 휴직계를 내고 로스쿨을 다닌 것으로 조사됐다. 한 경찰관은 부모 병간호를 이유로 휴직을 신청해놓고, 실제로는 서울의 한 로스쿨 기숙사에서 생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사례는 노조에서도 나타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건설기업노조는 올해 3월 이직을 위해 육아휴직을 했다는 이유로 간부 B 씨를 해고했다. 이직 의도가 없었다는 B 씨 주장이 맞서면서 정직 2개월로 징계가 낮춰졌지만 양측 간 분쟁은 이어지고 있다.
19대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육아휴직을 내놓고 해외에 장기 체류하는 공무원들이 잇달아 적발됐다. 기획재정부 소속 서기관은 육아휴직 중 영국에 유학을 가 휴직수당 420만 원까지 받고 감사에 적발됐다. 같은 부처 사무관 C 씨는 육아휴직을 신청해 놓고 268일간 필리핀에서 혼자 지냈고, 육아휴직 중 아이를 미국에 보내놓고 본인은 200일 넘게 국내에서 혼자 지낸 사무관도 있었다. 육아휴직에 들어간 통계청의 한 사무관은 자녀를 국내에 둔 채 아내와 미국에서 200일간 생활하기도 했다.
○ “육아휴직 땐 육아만” vs “자기계발도 가능”
이에 정부는 육아휴직 기간에 육아가 아닌 자기계발 등을 하다 적발될 경우 즉각 복직 명령을 내리는 등 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또 아이와 동행하지 않고 한 달 이상 해외에 장기 체류하는 것도 금지하고 있다. 특히 육아휴직 중 아르바이트 등 다른 직업을 가졌을 경우에는 육아휴직 급여를 부정 수급한 것이기 때문에 형사처벌까지 내릴 수 있다.
일각에선 해외에 장기 체류하거나 로스쿨처럼 ‘이직’ 의도가 명확한 사례가 아니라면 대학원 수학 등의 자기계발은 육아휴직 중 허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스웨덴이나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유럽 국가들은 휴직 기간 중 대학원 수학이나 직업훈련 등이 얼마든지 가능하고, 육아휴직 급여도 임금의 최대 80%까지 국가가 지급한다. 무급 육아휴직이 원칙이던 미국도 캘리포니아 등 유급을 도입하는 주가 늘고 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