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구 제이에스의원을 방문한 환자들이 집단으로 C형 간염에 걸린 것으로 드러났다. 작년 11월 서울 양천구 다나의원, 올 2월 강원 원주시 한양정형외과의원에 이어 주사기 재사용이 원인으로 보이는 세 번째 집단감염 사태다. 정확한 감염 경로 파악에는 시간이 걸릴 모양이지만 보건당국은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을 의심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이번 사태를 ‘두 병원의 집단감염에서 드러난 문제의 총집합 수준’으로 인식하고 있다니 걱정스럽다. 조사 결과 2006년부터 10년간 해당 의원을 이용한 환자 중 500명 이상이 C형 간염 환자로 확인됐다. 상황이 엄중한데도 보건당국은 늑장대처로 진상 파악에 6개월이나 허비했다.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이 의심된다는 공익신고를 접수한 것이 2월인데 조사 대상 1만1306명에 대한 본격 역학조사는 이달 25일 시작된다. 집단감염 공개를 미적거리는 바람에 추가 피해를 막지 못한 보건당국의 자세는 안이하기 짝이 없다.
명확한 증거를 확보 못해 어쩔 수 없었다는 당국의 변명은 납득하기 힘들다. 어제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해당 병원에 대해 “감염관리에 사각지대가 많은 병원”이라고 지적했다. C형 간염 검사 결과가 포함되지 않은 보건당국 빅데이터로는 양성, 음성을 일일이 확인하는 데 시간이 너무 걸려 보완이 시급하다.
올 5월 통과한 의료법에선 일회용 주사기를 재사용하면 의료인 면허취소와 최대 5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진다. 그러나 법과 제도를 아무리 엄하게 고쳐도 당국의 부실대처와 뒷북행정이 계속되는 한 집단감염은 근절될 수 없다. 문제가 생기면 대책을 내놓지만 또 판박이 사고가 발생한다. 이래서야 의료 한류를 외치기가 부끄러운 지경이다. 의료 행위의 기본을 지키지 않는 의사와 환자 건강에 무신경하고 안일한 보건당국에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