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23일 검찰이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관련 의혹을 수사하기 위한 특별수사팀을 구성하고 수사에 착수한 것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사안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지만 지금은 할 말이 없다”며 “검찰이 수사에 나선 만큼 지켜보자”고만 말했다.
이 특별감찰관이 18일 우 수석을 수사 의뢰한 뒤 야당과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는 우 수석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에 청와대는 19일 이 특별감찰관의 감찰 누설 의혹에 “중대한 위법 행위”라고 비판하고, 21일에는 청와대 관계자가 “식물 정부를 만들려는 의도”라며 우 수석 관련 의혹 제기와 수사 의뢰를 비난하는 등 연일 강경한 메시지를 냈다.
하지만 검찰이 수사를 시작한 상황에서 청와대가 추가로 발언을 내놓으면 ‘수사 가이드라인’이라는 역공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침묵 모드’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또 그동안 청와대의 뜻을 충분히 알렸기 때문에 추가로 입장을 밝힐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전날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이 문제에 관해 일절 언급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한편 이 특별감찰관이 박 대통령의 친동생인 박근령 씨를 고발한 것에 대해 청와대는 “박 대통령과는 전혀 무관한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박 대통령과 박근령 씨는 교류가 오랫동안 끊어진 사이인 데다 이번 사건은 권력형 비리가 아니라는 취지다.
다만 대통령의 동생이 고발을 당했다는 것 자체만으로 박 대통령에게는 부담이 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청와대가 이 특별감찰관에 대해 왜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했는지 이해할 만하다”고 주장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