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정확히 말하면 나는 그 후배의 의견을 얼마나 궁금해했으며, 진지하게 물었던가. 이제 더 넓혀서 내가 후배들과 대화하는 패턴을 생각해보자. 나는 주로 지시하고 조언하는 쪽인가. 아니면 질문을 통해 후배들의 의견을 끌어내려는 쪽인가.
직장인의 생존과 후배와의 대화가 무슨 상관일까. 직장 생활이 5년 안쪽으로 남았다면 크게 고민하지 말기 바란다. 지금까지 살던 대로 살아도 된다. 하지만 앞으로 직장 내에서는 물론이고 사회에서 오랫동안 생존해가기 위해서는 후배들로부터 누가 적극적으로 배우는가가 크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과거에는 없던 큰 변화이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에 대해 노교수에게 배우고 싶을까. 우리는 젊은 사람에게 세상의 흐름, 특히 기술이 변화시키는 문화에 대해 배우고 싶어 한다. 소셜미디어로 인한 세상의 변화, 새로운 문화의 등장에 대해 우리가 후배들에게 배워야 할 것이다. 회사에서 디지털 전략 부서를 세우면서 기존의 50대 임원을 자리바꿈 식으로 배치할 때 우리는 실패를 감지한다.
작년 한 세미나에 진중권 교수를 초대해 ‘나이 들면서 꼰대가 되지 않는 방법에 대하여’를 주제로 그의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있다. 그에 따르면 우리가 나이가 들면서 꼰대가 되어가는 것은 일정 부분 어쩔 수 없는 현상이며 중요한 것은 자신이 꼰대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후배로부터 요청받지 않은 사안에 대해 조언하려 하지 말고, 듣는 자세를 강조했다.
물론 우리는 선배들로부터 지혜를 배워 나가고, 나 자신도 경험으로부터 지혜를 축적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과거와는 달리 후배와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해야 하고 그들로부터 보다 적극적으로 배우려는 자세를 만들어야 한다.
첫째, 후배들과 가끔씩 만나 그들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요즘 무엇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귀 기울여보자. 선배로서 당신이 지켜야 할 원칙은 지갑은 열고 입은 닫는 것이다. 그들의 대화에서 궁금한 것이 있다면 질문을 해서 그들의 세계에 보다 다가서도록 해보자.
둘째, 세상에는 세미나 과잉일 정도로 수많은 행사가 넘쳐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들을 초대하는 고가의 콘퍼런스도 있지만, 의외로 화려한 자리에 알맹이 없는 발표도 많다. 그보다는 온라인을 뒤져보자. 2만∼3만 원이면 최근의 세상 흐름에 대해 똑똑하고 젊은 전문가들이 친절하게 안내해주는 강좌를 들을 수도 있고, 무료로 볼 수 있는 것 또한 많다.
“우리 때는 안 그랬다”는 말을 나는 얼마나 후배들에게 자주 할까. 젊은 시절 40, 50대 선배들을 보면서 새로운 트렌드에는 관심이 없고 늘 익숙한 예전의 방식으로만 일하던 모습을 흉보던 그런 ‘꼰대’의 모습을 나는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자. 후배에게 배우지 못하면 앞으로 내 미래가 없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