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동용 정치부 차장
그는 이런 바람을 등에 업고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지명된 뒤 주한미군(전투부대)의 철수를 선거공약으로 내세웠다. 1977년 1월 대통령에 취임하고 나서는 이를 미 정부의 정책으로 확정했다. 그해 3월 미국을 방문 중인 당시 박동진 외무부 장관에게 카터 대통령은 향후 4, 5년 내 주한미군을 철군(撤軍)하겠다고 통고했다.
1979년 6월 29일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서울에 온 카터 대통령에게 박정희 대통령은 철군을 반대하는 자신의 소신과 명분을 45분간 조목조목 설명했다. 되도록 철군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던 카터 대통령은 회담을 마치고는 매우 분노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의 설명 때문이었는지, 미 국무부 국방부 군의 반대 때문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철군 정책은 그 후 얼마 되지 않아 철회됐다.
문제는 우리 대선주자들이 새로운 미국 대통령에 대해 어느 정도의 준비를 하고 있느냐다. 트럼프가 되든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되든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는 일정 정도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와 함께 미국의 동북아 전략, 나아가 세계 전략까지 면밀히 예측해 그에 맞춰 한국의 외교안보와 경제가 얽힌 다차 방정식을 풀 준비가 돼 있는지 모르겠다.
1969년부터 1978년까지 9년 3개월 동안 대통령비서실장으로 복무한 김정렴 전 박정희대통령기념사업회장이 쓴 ‘한국경제정책 30년사’에 보면 박 대통령은 카터 대통령과의 회담을 앞두고 불면의 밤을 보냈다. 박 대통령은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정상회담 전 1주일간 사색에 사색을 거듭하며 스스로 메모를 작성했다’고 돼 있다. 11월 미국 대통령이 결정되는 그날 밤 긴 고민에 빠져 밤잠을 설칠 대선주자는 누구일까. 모르긴 몰라도 그 사람이 내년 대선의 승자가 될 것이다.
민동용 정치부 차장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