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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男과 女] 천방지축 박보검, 뭘해도 설레요! vs 유쾌한 매력, 딱 여기까지 아닐까?

입력 | 2016-08-25 06:57:00

‘구르미 그린 달빛’은 박보검의 변신을 보는 것만으로도 일단 합격점이다. 사진제공|KBS


■ KBS2 ‘구르미 그린 달빛’

블랙과 화이트, 짜장면과 짬뽕…. 그리고 남(男)과 여(女), 혹은 여와 남. ‘개취’(개인취향)일 뿐인 각기 시선에
성적(젠더·gender) 기준과 잣대를 들이댈 이유는 전혀 없다. 생물학적으로 다른 존재들일지언정, 세상과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은
각자의 취향대로다. 두 남녀 기자가 매주 각자의 눈으로 세상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적어도 눈치보며 ‘빨아주기’식 기사는 없다.
엔터테인먼트 각 분야 담당기자들이 ‘갈 데까지 가보자’고 작심했다. 가장 공정하고 정정당당한 시선을 유지하자며.

● 22일 첫 방송

극본:김민정, 임예진
연출:김성윤, 백상훈
주연:박보검, 김유정, 진영(B1A4), 채수빈

● 줄거리

출생의 비밀로 여성임을 숨긴 채 살아가다 한 사건에 휘말려 환관이 된 여자가 왕세자 담당이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 동명의 웹소설이 원작이다.


● 천방지축 박보검, 뭘해도 설레요!

박보검이 출연한다. 인기작 ‘응답하라 1988’에서 ‘순둥이’ 최택을 연기하며 ‘누나’ 팬들의 가슴에 불을 지핀 그가 천방지축 왕세자로 변신했다. 전작에서보다 동작은 커졌고, 표정은 다양해졌다. 목청이 다 보일 정도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그동안 내세운 순진함과 달리 까칠한 매력을 한껏 과시해 색다르다.

여주인공 김유정과 러브관계도 그려질 예정이라 박보검의 변신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합격점이다. 특히 여주인공이 남장여자라는 점에서 두근거림은 더 크다. 이를 모른 채 남자임에도 끌리는 왕세자의 모습을 박보검이 어떻게 표현할지 벌써부터 기대를 모은다.

남장여자 캐릭터가 등장하는 드라마 중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커피프린스 1호점’(2007)에서 최한결(공유)은 고은찬(윤은혜)에 대해 “네가 남자든 외계인이든 이젠 상관하지 않는다”고 고백하는 장면은 당시 뜨거운 반응을 모은 바 있지 않은가. 6년 전 ‘성균관 스캔들’ 속 청춘들의 풋풋한 성장기를 다시 떠올리게도 해 반갑다. 궁중 로맨스, 남장여자, 송중기와 유아인이 각각 맡았던 쾌활하고 ‘시크’한 캐릭터와 비슷한 인물이 등장해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다.

박보검과 김유정을 포함해 진영(B1A4), 채수빈, 곽동연 등 젊은 연기자들이 대거 출연하지만 중장년층 시청자도 충분히 즐길 만한 요소가 마련돼 있다. 극중 왕 김승수와 그를 배제하려는 천호진의 관계는 사극에 주로 등장하는 정치적 세력다툼을 통해 긴장감을 전한다. 박철민, 이문식 등은 코믹 연기로 감초 역할을 맡는다. 첫 주 방송을 통해 관록의 베테랑 선배들은 후배들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앞으로 조합을 더욱 기대하게 했다.

출연진 면면과 이야기는 더할 나위 없다. 아쉬움을 꼽자면, 평균 8%의 시청률이다. 경쟁작 SBS ‘닥터스’가 워낙 강했던지라 1, 2회 만에 시청자의 시선을 끌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전작 ‘뷰티풀 마인드’의 저조한 성적에 비하면 박보검의 화제성에 힘입어 준수한 성적으로 출발을 알렸다.

박보검(왼쪽)과 김유정이 등장하는 ‘구르미 그린 달빛’의 한 장면. 사진제공|KBS




● 유쾌한 매력, 딱 여기까지 아닐까?


일단 시청자의 시선을 끄는 데에는 성공한 듯 보인다. 지친 월요일 밤에 제격인 유쾌함과 사랑스러움이 묻어난다. 특히 주말까지 나흘이 남아 괴롭게 달빛을 바라봐야 했던 사람이라면 더욱 드라마에 눈길이 가지 않았을까. 스무살 전후 배우들의 풋풋한 사랑과 코믹 연기에 어느새 입꼬리가 올라가니 말이다. 여주인공 김유정의 “행복한 기운이 가득한 작품”이라는 말은 과언이 아니었다.

왕세자 박보검이 스승과 미리 짜고 공부하는 것을 ‘연기’하는 모습부터 그가 내관 복장을 하고 김유정에게 시험 문제 정답을 몰래 알려주는 모습, 김유정이 닭을 잡다 지붕에서 떨어지는 장면까지 현실성 여부를 떠나 재밌게 볼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첫 주 방송 이후 인터넷 누리꾼 반응이 뜨겁다. 대개 귀신같이 솎아지는 ‘발연기’ 논란의 연기자도 한 명 없다. 박보검은 기존 사극에서 볼 수 없었던 일명 ‘날라리’ 왕세자 역할을 능청스럽게 해내고 있다. ‘사극여신’이라 불리는 김유정도 두 말할 필요 없다. 게다가 댓글로 의견을 말한 누리꾼의 대부분은 30·40대 여성. 이미 50대 이상을 주 타깃으로 10% 이상의 고정 시청률을 나타내는 KBS 1TV ‘가요무대’와 타깃층도 비켜가는 모양새다.

월화드라마 절대강자였던 SBS ‘닥터스’가 종영하면서 현재 시청률 8.5%(닐슨코리아 전국기준)도 조금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딱 거기까지일 것 같다. 유쾌하고 발랄하다는 최대 강점이 점차 사라지고 방송이 거듭되며 신선한 느낌도 줄어들 것으로 본다. 향후 원작 내용에 비춰봤을 때 드라마가 전개되며 지금처럼 마냥 발랄한 분위기이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갈등과 진지한 내용이 이어지면서 초반의 코믹한 분위기는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29일 첫 방송하는 경쟁작 SBS 월화드라마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도 비슷한 퓨전사극이다. 경쟁작과 비교했을 때 뚜렷한 차별점이나 강점이 없다면 ‘히트’는 어렵다.

● 평점 아이콘, 이렇게 갑니다


● 히트다 히트

말이 필요할까요. 눈과 귀가 즐겁습니다.


● 아리까리

지금은 모르겠어요.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 이건 아니야

시간과 돈이 아까울 수 있습니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이경후 기자 thisca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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