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열 기자
‘우병우 논란’이 계속되면 될수록 ‘조응천’이라는 이름이 부각되고 있다. 조 의원에 대한 이런 정보까지 3년 만에 활용될 정도로 조 의원을 바라보는 청와대의 시각은 곱지 않다.
여권은 조 의원이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서울 강남 땅 의혹’의 진원지로 보인다고 추정한다. 우 수석 처가 땅이 넥슨에 넘어갔다는 사실은 네 사람 정도가 상세하게 알고 있는데, 이 정보를 3년 만에 활용할 사람은 조 의원밖에 없다는 얘기다. 우 수석은 검사장 승진을 위한 인사 검증을 2012년 MB(이명박) 정부 때와 이듬해 박근혜 정부 때 각각 한 차례씩 받았다. MB 때는 정진영 민정수석-장석명 공직기강비서관이, 현 정부에선 곽상도 민정수석-조응천 비서관이 우 수석의 재산 자료를 열어 봤다. 물론 상세 검증은 수석보다는 비서관 몫이다. ‘진경준-넥슨’ 사건이 불거지니 조 의원이 ‘우병우-넥슨’을 떠올려 ‘우병우-진경준-넥슨’ 구도를 가공했다는 것이다.
‘배신의 정치’를 싫어하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유독 등을 돌린 이가 많은 것도 아이러니한 일이다. 을사 5적에 빗대 요직을 해 먹고 대통령을 배신한 인물이라는 ‘5적’(조 의원, K의원, J 의원, Y 의원, Y 전 장관)까지 나온다. 배신자가 많아질수록 내부의 정보는 적에게 넘어가고, 정권에 타격을 주는 일이 많아진다. 배신자를 끊어 내고 내칠수록 자기 목을 조르는 일들이 많아지는 셈이다.
국가나 시장에 도움이 되는 정보는 신뢰성과 신속성뿐 아니라 의도의 진실성이 있다. 그러나 여든 야든 누군가는 계속 이것이 결여된 정보를 마구 생산하고 있다. 실체 없는 강남 땅 이야기에다 수면 내시경 정보까지 알기를 강요받는 나라. 제대로 된 나라인가.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