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SLBM 발사 성공]비행시험 세차례만에 거리 16배로
○ 한반도 전역 은밀한 핵 타격력 과시
수중사출 및 엔진 점화, 자세제어, 단 분리 및 대기권 재진입 등 비행시험 전 과정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군 소식통은 “상당한 기술적 진전을 거둬 성공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통상 SLBM은 초기 개발 단계에서 300km 이상 비행하면 성공으로 판단한다. 이날 북한이 고각(高角)으로 쏜 SLBM을 정상 각도로 발사했다면 1000km 이상 비행이 가능했을 것으로 군은 보고 있다. 고체연료만 충분히 채우면 2000km 이상도 날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한이 연내 실전배치를 강행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북한이 올 들어 비행시험 세 차례 만에 한반도 전역에 대한 SLBM의 타격 능력을 입증한 점은 우려되는 대목이다. 북한의 SLBM 대남 위협이 예상을 앞질러 현실화된 까닭이다.
이 때문에 군이 북한의 SLBM 기술을 과소평가한 것이 패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군은 그간 북한의 SLBM 실전배치에 3, 4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올 4월 북한의 SLBM 발사 때도 수중사출과 추진체 점화 등 ‘콜드론치(Cold Launch)’와 자세제어 등 일부 기술적 진전을 보였지만 비행기술은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했다. 당시 비행거리가 30여 km에 불과했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불과 4개월 만에 북한은 그 당시보다 16배 이상 날아가는 SLBM을 쏴 올려 군의 평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군 소식통은 “북한의 4월 SLBM 발사 성공 주장을 간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고체연료를 탑재한 SLBM의 사거리를 의도적으로 줄였을 가능성을 무시해 위협 평가에 소홀했다는 얘기다.
○ SLBM 사거리 조절해 대남, 대미 핵위협 가속화
특히 핵을 탑재한 SLBM은 적국의 핵 선제공격에서 살아남아 ‘제2격(Second Strike·보복 핵공격)’을 가할 수 있어서 ‘최종 핵병기’로 불린다. 북한이 핵탑재 SLBM을 확보하면 미국의 전략폭격기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대한(對韓) 핵우산 전력에 맞설 수 있다고 보는 이유다. 사거리 500km 정도의 SLBM은 주한미군 기지와 미 증원 전력이 들어오는 한국 내 주요 항구와 비행장을 타격할 수 있다. 2000km 이상이면 북한 영해에서 일본 전역의 주일미군 기지가 사정권에 포함된다. 또 SLBM을 탑재한 잠수함을 서태평양 쪽으로 은밀히 이동시켜 괌 기지를 겨냥할 수도 있다. 괌의 앤더슨 기지는 B-1, B-2 스텔스 폭격기 등 핵우산 전력의 출격 기지다.
군 당국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북한의 SLBM을 요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SLBM이 사드의 요격 범위(음속의 14배)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 잠수함이 후방으로 침투해 SLBM을 발사하면 레이더 탐지각도(120도)를 벗어나 대응이 어렵다. 또 탄도탄 조기경보 레이더를 후방지역에 배치해도 SLBM이 낮은 각도로 발사되면 대처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많아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