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 독버섯처럼 퍼진 모럴 해저드] 직원 2명, 미수금 문책 피하려 공모… 업자 “장비 해외수출” 속여 대금 챙겨 공적자금 3800억 투입된 기업서… 내부관리 제대로 못해 비리
○ 해외거래 사기당해 약 400억 원 손실
서울북부지검 형사1부(부장 노정환)는 유가증권 등을 위조해 대우인터내셔널을 속인 뒤 물품대금 명목으로 총 390여억 원을 받아 챙긴 혐의(사기 및 유가증권 위조 등)로 견모 씨(51)를 구속했다고 24일 밝혔다. 카자흐스탄에서 중장비를 구입해 다시 해외로 수출하는 중장비 중개업체의 대표인 견 씨는 해당 장비를 구매하지도 않고 선하증권 등을 위조해 장비를 산 것처럼 꾸며 대우인터내셔널을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대우인터내셔널 내부에서는 지난해 말 자체 감사를 통해 확인하기 전까지 자금이 새고 있다는 사실을 아무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무 담당자 두 명이 결정하고 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일이 처리되는데 이를 확인하고 감시하는 시스템이 없었다는 것이다.
대우인터내셔널은 뒤늦게 내용을 파악하고 검찰에 고소했다. 검찰은 부당 이득을 취득한 점, 피해 회복 노력이 없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죄질이 나쁘다고 보고 있다. 견 씨와 직원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개인적으로 취득한 이익이 없어 보인다는 이유로 직원 두 명에 대한 영장은 기각됐다.
○ 독처럼 퍼져 있는 모럴 해저드
이번 사건은 기업 전반에 퍼져 있는 모럴 해저드와 어떤 것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무책임의 극치’가 결합된 산물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특히 대우인터내셔널은 단순한 사기업이 아니다. 대우그룹 해체 후 몰락하던 기업에 3870억 원이라는 공적자금이 수혈돼 다시 살아난 기업이다. 2010년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가 포스코에 팔면서 공적자금을 전부 회수했다. 그렇더라도 당시 세금 지원이 대우인터내셔널의 회생에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경영 전문가들은 “공적자금으로 살아난 기업에서 이토록 허술한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대우조선해양같이 대우그룹의 몰락 후 살아남은 계열사 곳곳에 모럴 해저드가 독처럼 번져 있다”고 비판했다. 대우조선해양은 현재 남상태 전 사장의 연임 로비부터 시작해 분식회계, 횡령 등 온갖 비리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