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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한전 자회사, 45억 민자 유치뒤 사실상 ‘폐업’

입력 | 2016-08-25 03:00:00

[기업에 독버섯처럼 퍼진 모럴 해저드]2011년 獨社와 합작설립한 법인
매년 적자… 투자금, 빚 갚는데 소진
퇴직 임원을 연봉 1억 CEO 임명도, 결국 휴면법인화… 사기죄 피소




한국전력이 외국 회사와 2011년 합작 설립한 법인이 민간 투자 자금 대부분을 빚을 갚는 데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법인은 수익이 전혀 없어 휴면법인을 추진하면서도 민간 투자를 끌어들였고, 한전 퇴직 임원을 최고경영자로 임명해 3년 동안 연봉 약 1억 원에 성과급까지 지급한 것으로 밝혀졌다.

동아일보가 24일 새누리당 곽대훈 의원으로부터 입수한 한전 내부 문건 ‘켑코우데(KEPCO-Uhde Inc.) 석탄가스화사업 후속조치 방안’에 따르면 켑코우데는 지난해 8월 3개의 민자 투자사로부터 약 45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이 투자금 중 32억 원을 차입금 상환에 쓰고 나머지는 회사 운영비로 사용했다. 켑코우데는 석탄가스화복합발전(IGCC) 사업을 위해 한전이 독일 철강회사 티센크루프 그룹의 우데사와 합작 설립한 회사다.

그러나 켑코우데는 회사 설립 후 1건도 수주를 하지 못한 채 매년 10억 원 안팎의 영업 손실을 내며 2013년 자본금을 모두 소진했다. 이듬해인 2014년 우데사는 켑코우데에 휴면법인화를 제안했다. 휴면법인은 법인 등기만 돼 있을 뿐 사실상 ‘폐업 선고’를 한 상태나 마찬가지다. 켑코우데는 지난해 운영 자금 마련을 목적으로 43억 원가량의 유상증자를 추진했지만 실패했다.

그럼에도 켑코우데는 이후 민간 투자 유치를 결정했다. 복수의 민자 투자사에 따르면 켑코우데는 지난해 투자설명회 등의 과정에서 휴면법인화 추진 등 회사에 불리한 사실은 숨기고 사업 성과는 부풀린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해 8월 투자금을 유치한 뒤, 최대주주인 한전은 12월 켑코우데 관리 주체인 석탄가스화사업부를 없앴다. 한전은 올해 6월 이사회에서 켑코우데를 휴면법인화하기로 의결했다.

민자 투자사들은 켑코우데가 애초부터 투자설명회 때 제시한 방향으로 진행할 의지가 없었다고 보고 있다. 한 투자사는 최근 한전을 상대로 ‘묵시적 기망행위에 의한 사기죄’로 소송까지 제기했다. 이에 켑코우데 관계자는 2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투자자들과 스페인 발전소 등 현지 시찰까지 다녀왔고, 그들 스스로 투자를 결정했기 때문에 사기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곽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한전 법인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며 “감사원 자료 등을 바탕으로 투자자들의 손실 보상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진우 niceshin@donga.com / 세종=신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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