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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현실적 몸매는 가라… 플러스사이즈 모델 뜬다

입력 | 2016-08-25 03:00:00

패션은 당당함 자존감 볼륨업




나이키가 플러스사이즈 모델로 처음 기용한 요가 강사 클레어 파운틴(왼쪽 사진)과 영국 출신 플러스사이즈 모델인 이스크라 로런스. 사진 출처 나이키우먼 인스타그램·이스크라 로런스 인스타그램

“모델을 꿈꾸던 과거의 저는 날씬했는데도 제 몸을 혐오했어요.” “당신은 충분히 멋집니다. 오늘부터라도 스스로를 사랑해보세요.” 미국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플러스사이즈’ 모델 이스크라 로런스(26)가 최근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올려 폭발적인 지지를 받은 글이다. 그의 팔로어는 105만 명에 이른다.

플러스사이즈 모델은 기성복의 표준 사이즈보다 큰 XL 이상을 입는 몸매를 지녔다. 비현실적으로 가는 팔과 다리, 며칠 굶은 듯 쏙 들어간 배로 상징되는 일반적인 모델들과는 달리 군살 있는 풍만한 몸매를 그대로 드러낸다. 로런스는 미국 캐주얼브랜드 ‘아메리칸이글’의 속옷 브랜드인 ‘에어리(Aerie)’ 모델로 활약하며 빼빼 마른 몸에 열광하는 현실을 꼬집었다.

○ 바비인형은 가라!

전통적인 모델상에 반기를 든 플러스사이즈 모델들의 활약은 사이즈에 짓눌렸던 사람들에게 사이다같이 시원한 청량감을 안겨주고 있다. 에어리나 ‘어도어미(Adore Me)’는 ‘타도 빅토리아 시크릿’을 외치며 플러스사이즈 모델을 내세웠다. 유명 스포츠 주간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도 올해 2월 ‘XXL’ 사이즈 모델인 애슐리 그레이엄(28)을 표지에 등장시켰다. ‘몸짱’만 모델로 등장하던 기존 관례를 깬 파격적인 시도였다. 여기에 지난달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도 사상 처음으로 플러스사이즈 여성인 팔로마 엘세서와 클레어 파운틴을 모델로 기용했다.

간호섭 홍익대 패션디자인과 교수는 “패션업계에서도 마른 모델만 선호하는 현상을 비판하는 흐름이 있었지만 최근 그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며 “획일적인 미의 기준을 거부하겠다는 개인들의 욕구가 모여 하나의 커다란 사회적 요구로 표출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 국내서도 태동

국내에서 플러스사이즈 모델의 인지도를 높인 김지양 씨. 2010년 미국에서 가장 큰 플러스사이즈 모델 패션쇼인 ‘FFF Week’로 데뷔했다. 66100 제공

국내에서도 플러스사이즈 모델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한국인 최초로 미국에서 데뷔한 플러스사이즈 모델이자 플러스사이즈 패션잡지 편집장인 김지양 씨(30)는 “국내에선 플러스사이즈 모델들이 몇 명 안 되는 걸음마 단계”라며 “하지만 세계적 트렌드에 맞춰 플러스사이즈 모델들이 각광받을 조짐이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플러스사이즈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수요도 적지 않다. 롯데홈쇼핑은 플러스사이즈를 겨냥한 미국 속옷 브랜드 ‘저스트 마이 사이즈’를 소개해 올해 이미 122억 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소외됐던 플러스사이즈를 집중 공략한 작전이 통했다”며 “앞으로 플러스사이즈 제품이나 관련 제품을 소개하는 모델에 대한 수요는 더 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2년째 플러스사이즈 모델로 활동 중인 이은비 씨. 인터넷에 키 165cm, 몸무게 67kg에 옷사이즈 77이라고 공개하며 모델일을 하고 있다. 이은비 씨 제공

이런 변화를 배경으로 김 씨 뒤를 이어 플러스사이즈 모델로 뛰어드는 사람도 늘고 있다. 경력 2년차인 이은비 씨(28)는 “최근 들어 통통한 사람들을 위한 스타일링 팁을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이나 쇼핑몰 등에서 섭외가 들어와 활동 공간이 확실히 늘었다”며 “플러스사이즈의 몸매로도 충분히 아름답고 당당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