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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현장서 얼굴 잃은 소방관…이식수술로 새 삶 찾아

입력 | 2016-08-25 18:04:00

안면 이식 수술을 집도한 에두아르도 로드리게즈 박사(좌)와 패트릭 해디슨(우).사진=뉴욕대 의료센터(NYU Langone Medical Center) 제공


“저는 이제 평범한 일상을 보낼 수 있게 됐어요. 그걸로 충분합니다.”

24일 미국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화재 현장에서 사람을 구하려다 얼굴 대부분을 잃은 미시시피주의 소방관 패트릭 하디슨(42)은 1년 전 안면 이식 수술을 받고 일상을 되찾았다. 아이들은 더 이상 그를 보고 도망가지 않는다. 빤히 쳐다보는 사람은 없어졌고, 다시 운전대를 잡을 수 있게 됐다.

소방관인 그는 2001년 화재 사고가 난 집 안에 갇혀 있던 여성을 구하려다 무너진 지붕에 깔리며 얼굴에 심각한 화상을 입었다. 이 사고로 눈꺼풀, 귀, 입술이 거의 사라졌다. 이후 그는 오랫동안 큰 고통에 시달렸다. 수많은 수술을 반복했지만 집 밖에도 나올 수 없었다.

그러다 지난해 세계적인 성형외과 전문의인 에두아르도 로드리게즈 박사를 만났다. 하디슨은 지난해 8월 로드리게즈 박사에게 안면 이식 수술을 받았다. 기증자는 오하이오주에서 사이클 사고로 숨진 당시 26세 남성이었다. 수술은 100여 명의 의료진이 힘을 합쳐 26시간동안 이어졌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귀와 입술이 돌아왔고, 눈도 완전히 감고 뜰 수 있게 됐다. 수술 전 그는 눈을 감을 수도, 깜빡일 수도 없어 시력을 잃을 위기에 놓여 있었다.

수술을 집도한 로드리게즈 박사는 “이제 우리는 이식 수술의 새 시대로 들어왔다”며 “이번 수술이 의학이 할 수 있는 일의 영역을 넓히면서, 하디슨 같은 사람들을 도울 수 있게 됐다”고 했다.

하디슨은 최근 아내, 다섯 명의 아이들과 디즈니랜드에 놀러가 수영을 즐겼다. 15년 만에 처음이다. 그는 “난 행복하다. 아이들도 다섯 명 모두 건강하고, 더 필요한 게 뭐가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하디슨은 자신과 비슷한 사례로 고통 받고 있는 이들과 희망을 나누기를 원하고 있다. 그는 “왜 그 사람들이 고통 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하는지 안다. 그들에게 삶이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고 전했다.

박예슬 동아닷컴 기자 ys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