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중부 강진… 여진 이어져
이탈리아 중부 움브리아 주 노르차에서 24일 발생한 리히터 규모 6.2의 강진으로 6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지진 발생 27시간 만인 25일 오전 6시 반까지 247명이 숨졌으며 최소 368명이 크게 다쳤다. 강진 당시 관광객 수천 명이 지진 발생 지역에 머문 것으로 추정돼 인명 피해는 훨씬 더 늘어날 수 있다. 피해 지역 중 하나인 라치오 주 아쿠몰리는 인구가 600여 명이지만 관광 성수기에는 5000명 이상이 몰린다.
첫 지진 이후 460여 회의 여진이 이어지고 있지만 현지 소방대 군부대 산악구조대원과 자원봉사자들은 탐지견과 불도저뿐 아니라 삽과 맨손으로 잔해 더미를 파헤치며 생존자 발굴에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번 지진으로 사실상 폐허가 된 마르케 주 페스카라델트론토에선 소방관들이 매몰된 건물 잔해에 갇혀 있던 10세 소녀를 지진 발생 17시간 만에 극적으로 구조했다.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는 현장을 찾아 “지금은 눈물을 흘리고 기도하지만 내일부터 재건에 나설 것”이라며 희생자들을 위로했다.
지진이 강타한 아쿠몰리 아마트리체 페스카라델트론토 등은 대부분 아펜니노 산맥의 산악 도시들이다. CNN은 인구가 적고 건축물을 휴가철 별장 정도로 생각해 내진 설계에 적극적으로 투자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는 두 차례 세계대전 피해를 복구하느라 지진 대책을 세우지 못했고 불법 무허가 건물도 많다.
피해 지역 노르차는 기독교 성인 성 베네딕토가 태어난 곳이다. 성 베네딕토 생가 터로 추정되는 곳에 세워진 12세기 성당 건물이 이번 지진으로 파손됐다. 중세 요새에 위치한 박물관, 14세기 프레스코화, 로마시대 성벽도 위험하다. 라치오 주 아마트리체는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폐허로 전락했다. 15세기 성 아우구스티누스 성당의 정면 절반이 무너지면서 아름답기로 소문난 장미 무늬 창이 사라졌다. 르네상스 시대에 지어진 대저택의 뜰은 영안실로 바뀌었다.
복구 작업이 상당 기간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산악지역이라 구조대의 접근이 쉽지 않아 맨손과 삽으로 ‘중세식’ 복구 작업을 해야 한다. 이탈리아 정부의 관료주의와 재원 부족도 복구 작업의 전망을 어둡게 한다. 2009년 4월 아브루초 주 라퀼라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때도 정부의 늑장 대처로 지진 발생 3년 후에야 성당과 학교의 복원 공사가 시작됐다. 7년 동안 135억 달러(약 15조1200억 원)가 들어갔고 2019년에야 복구 작업이 끝날 것으로 전망된다.
CNN은 이번 지진이 라퀼라 지진과 닮은 점이 매우 많다고 분석했다. 라퀼라와 이번 지진의 발생지인 노르차는 불과 55km 거리다. 진원 깊이는 모두 10km 미만으로 얕은 편이다. 발생 시간도 라퀼라 지진은 오전 3시 32분, 이번 지진은 오전 3시 36분으로 비슷하다. 지진 규모는 이번에 리히터 규모 6.2, 라퀼라는 6.3이었다. 라퀼라 지진에선 308명이 사망하고 1500명이 부상을 당했다. 기상전문가 페드람 자바헤리는 CNN 인터뷰에서 “소름끼치게 비슷하다”고 말했다.
교황은 지진 발생일인 24일 바티칸 성베드로광장에 모인 1만 명 이상의 신자와 함께 지진 피해자들을 위해 기도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세르조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애도의 뜻을 전하고 지원을 약속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렌치 총리에게 “극도의 고통과 대량 파괴 앞에 독일 국민의 깊은 슬픔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모든 필요한 도움을 주겠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