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자위대 실탄 사격 훈련/장원재 특파원 고텐바 르포]
25일 일본 시즈오카 현 고텐바 시에서 열린 후지종합화력연습에 동원된 자위대 소속 전차들이 연막탄을 쏘며 돌진하고 있다. 고텐바=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장원재 특파원
안내방송 몇 초 후 레이저유도 폭탄이 적막을 깨고 굉음과 함께 후지(富士) 산 중턱에 명중했다.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자 관람석을 가득 채운 3만 명이 일제히 “우와” 하고 함성을 질렀다.
25일 오전 일본 도쿄(東京)에서 서쪽으로 100km가량 떨어진 시즈오카(靜岡) 현 고텐바(御殿場) 시 히가시후지 군사연습장. 하루 전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 내 해상에 떨어지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경험한 일본 국민은 자위대의 화력시범을 숨죽여 지켜봤다. 자위대는 이날 실탄사격 훈련에 전차와 장갑차 80여 대, 화포 60여 문, 전투기 20여 대 등 육해공 전력을 총동원해 방위 능력을 과시했다.
“해상자위대 초계기 P-3C가 적 함대를 발견했다”는 보고와 함께 본격적으로 작전이 시작됐다. F-2 전투기가 즉각 발진해 공대함 미사일을 발사했고 지상에서는 다연장로켓포(MLRS)가 불을 뿜었다. 지대함유도탄(SSM)도 발사됐다. 전투기 이지스함 지대공미사일 등은 적의 공군 전력을 순식간에 무력화했다.
하지만 적은 물러서지 않고 수륙양용차 등을 동원해 상륙을 시도했다. 자위대는 다목적 유도탄을 발사해 타격을 입혔지만 적 일부는 섬에 발을 디뎠고, 내륙에 침투해 진지를 구축했다. 자위대는 적외선 감시장치를 갖춘 관측 헬기 OH-6을 파견해 적진의 정보를 수집한 뒤 수송용 헬기를 통해 오토바이 정찰부대를 투입했다.
F-2 전투기가 레이저 유도 폭탄으로 적진 중심부를 공격했고 아파치헬기가 기관포를 난사했다. 그 사이 최신형 수직이착륙기 MV-22 오스프리와 최신형 수송기 C-2 등이 전투부대를 섬으로 실어 날랐다. 이어 자위대의 최신식 전차와 박격포, 자주포가 불을 뿜자 적은 결국 백기를 들었다. 승리의 팡파르와 함께 훈련이 끝났다.
자위대는 1966년부터 후지종합화력연습을 일반에 공개하고 있다.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주범이라는 국민의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기 위한 것으로 최근 일본을 둘러싼 안보 환경이 엄중해지면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훈련을 참관한 시민들은 위기감을 토로했다. 자위대원이 꿈이라는 여고생 이치무라 미오 양(17)은 “중국 등에 의해 일본의 안보가 긴박한 상황에서 수준 높은 자위대 훈련을 보니 안심이 됐다”고 말했다. 가와지 히로유키 씨(62)는 “처음 훈련을 봤는데 지나치게 위력적이어서 실제로 무력을 쓰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